전통적 의미의 ‘집사(執事’)라는 말은 제사를 지낼 때에도 많이 사용한다. 헌관(獻官 獻:드릴 헌, 官:벼슬 관)이 신주(神主)께 잔을 올리는 일을 도와주는 사람을 집사라고 한다.
이 집사제도는 고려시대에 시작됐다. 조선 왕실에서도 국왕의 신주를 종묘(宗廟)에 봉안할 때나 국왕이 사직(社稷)이나 종묘, 환구(丘)에 나가 직접 제사를 올릴 때, 왕의 즉위나 왕후, 왕세자를 책봉(冊封)할 때 등에 특별히 집사를 임명하여 각종 제사와 의식을 행하였다.
그러던 것이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민간의 제사에도 집사라는 개념이 흘러들어 제사를 지내는 주인인 ‘제주(祭主)’, 즉 헌관이 제사를 받는 신주께 술잔을 올릴 때 제사상으로부터 잔을 내려오는 일이나 제주가 술잔을 받들면 그 술잔에 술을 따라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집사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집사들을 통솔하여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을 ‘도집사(都執事 都:우두머리 도)’라고 부르거나 혹은 ‘제사를 지내는 예를 주관하는 우두머리’라는 뜻에서 ‘도집례(都執禮 禮:예절 예)’라고 불렀다. 도집례는 제사의 순서를 적은 ‘홀기(笏記)’를 들고서 제사의 매 순서를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듯이 읊는데 이것을 흔히 ‘창홀(唱笏)’이라고 하였다. 집사들은 도집사가 창홀하는 대로 순서에 맞춰 제사를 진행한다.
예를 들자면, 제사를 시작할 때 신주를 맞이하는 부분에서 도집사가 “헌관 이하 제집사 제자손 서립 재배(獻官以下 諸執事 諸子孫 序立 再拜, 獻:드릴 헌, 序:차례 서, 再:두 번 재, 拜:절 배)”라고 창홀을 하는데 이는 “祭主인 헌관을 비롯하여 여러 집사들과 여러 자손들은 모두 차례를 지켜 줄지어 서서 두 번 절을 하시오”라는 뜻이다.
제사도 하나의 의식이니만큼 ‘원전(原典)’ 홀기를 원어로 낭랑하게 창홀할 때 분위기가 훨씬 장중(莊重)하다. 이제는 거의 다 소멸되어 가는 전통이라서 아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