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실장과 서 원장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해 2박 4일 일정에 돌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미국 도착과 함께 첫 모임에서는 정 실장·서 원장과 미국 측의 안보·정보 관련 수장 두 명이 만날 것”이라며 “귀국 전 백악관에 들러 북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애초 1박 3일 정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2박 4일로 일정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날지는 아직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이 미국 측에 전달할 북한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현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이나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의 ‘히든 카드’를 전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부수적으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카드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월 말 영국 소아스(런던 동양ㆍ아프리카대)와 바스대 런던캠퍼스 강연에서 “북한이 억류한 한국계 미국인 세 명을 풀어주는 제스처를 보인다면 (평창에 오는)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방문 첫날 먼저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거의 매일 통화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여서 이번 북미 대화 성사의 키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실장이 북한에서 돌아오자마자 맥매스터 보좌관과 통화하고 대략적인 내용을 이야기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8일(현지시간) 대북 이슈 관련 부처의 장관 3명과 2+3 형태로 회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귀국 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할 가능성이 크며, 미국이 북미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CNN 방송은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국무부는 북미대화를 위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함께 대북문제를 다룰 특사에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당국자의 설명이지만 이미 김 위원장이 정 실장과의 접견에서 비핵화를 거론한 만큼 북미대화는 거의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10일 오전(미국 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출발해 귀국할 예정이며 귀국 후 정 실장은 중국과 러시아에, 서 원장은 일본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협력과 지지를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