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대표 잠룡으로 분류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 인생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안 전 지사는 6일 오전 충남도의회에 사임통지서를 전달했다. 안 지사는 사임통지서에서 ‘충청남도지사 직을 사임코자 하오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사유는 ‘개인신상’이라고 적었다. 윤원철 정무부지사와 신영철 비서실장 등 이른바 ‘정무라인’도 동반 사퇴했다. 사퇴 정무라인에는 김지은씨도 포함됐다.
충남도청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지사가 사퇴서를 제출해 남궁영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안 전 지사는 5일 자신의 정무 비서인 김지은씨가 제기한 성폭행 의혹이 거세지자 6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성폭행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도지사직 사퇴와 일체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경찰은 6일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충남지방경찰청이 인지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수사는 충남경찰청 2부장(경무관)이 직접 관여하는 체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전 경찰청에서 충남청에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내사를 지시했다”며 “현재 피해자의 폭로만 있을 뿐 구체적인 혐의가 특정되지 않아 내사를 진행 중이며 기본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전 지사의 거주지나 활동 지역이 충남 지역이다 보니 충남청에 내사를 지시했다”면서도 “피해자의 거주지를 고려해 사건을 충남청에서 서울로 이송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 전 지사는 성폭행 의혹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386운동권 대표 주자에서 ‘친노핵심’으로 , 노무현 전대통령 사망 후 수년간의 ‘잠행’ 끝에 충남도지사에 당선되고 강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합리적인 진보’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1965년생으로 올해 53세인 안 전지사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혁명을 꿈꿨었고 광주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남대전고등학교에서 제적당하자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1983년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다. 고려대 내 운동권 서클을 모아 애국학생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1988년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안기부에 체포돼 10개월 간 수감됐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위협할 정도로 파괴력을 증명했었다. 또 8월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의 유력 후보군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그간 쌓아올린 이미지가 순식간에 물거품 됐으며, 6ㆍ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지지자들의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안 전지사는 일단 ‘정치 활동 중단’이라며 재기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정치 인생에 큰 오점을 남겨 정계에 발을 온전히 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