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 왈가왈부] 이주열 연임에 기준금리 5월 인상?

입력 2018-03-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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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금통위원 교체에 6월 지방선거..최대 변수는 역시 물가..7월과 4분기 인상에 무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임이 결정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5월 기준금리 인상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총재 교체라는 변수가 사라지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휴지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교체와 지방선거라는 정치변수가 여전한데다 이 총재 역시 재임 2기 통화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 등 경제변수를 지켜볼 필요도 있다. 또 한·미간 금리역전이 현실화하더라도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곧바로 이에 대응할 유인도 떨어진다. 이밖에도 경제심리가 회복될 시점도 저울질해야 한다.

여전히 7월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이유다. 물가가 한은 전망대로 올 하반기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올 4분기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중립금리 수준으로 판단되는 2.0% 수준까지는 완화정도의 축소조정 내지는 통화정책 정상화 차원에서의 인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통위원 교체와 지방선거도 있다 = 명절과 연말연초, 선거 및 금통위원 임기는 한은 통화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우선 명절은 긴 연휴 탓에 경제지표 왜곡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를 기존 12번에서 8번으로 줄인 이유 중 하나다.

연말연초 역시 각계의 경제주체들이 새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시기라는 점과 맞물린다. 통상 연말이면 완성되는 신년계획이 계획수립 초반부터 어그러지는 것에 대한 혼선을 한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 역시 집권 여당의 표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변수다. 선거를 앞두고 금리를 인하한다면 인위적 경기부양정책을 쓴다는 야당의 공세에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인상한다면 서민의 삶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인식에 여당 표가 날아갈 여지가 많다.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 교체 역시 변수가 돼 왔다. 새로 부임한 금통위원이 통화정책에 적응할 적응기간이 필요해서다.

실제 통화정책이 통화량에서 금리로 변경된 1999년부터 현재까지 금리결정을 보면 이같은 이벤트가 겹쳤던 달에 금리를 변경한 달은 불과 다섯 번에 불과하다. 이중 선거와 총재 등 금통위원 교체가 있던 달에 금리를 변경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선거와 총재 교체 직전월에 금리를 인상한 적은 각각 한 번씩 있었다. 이중 지방선거 직전달이었던 2002년 5월 경기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도 점차 증대될 것이라는 이유로 금리인상이 이뤄졌다.

◇이주열 총재는 매파? = 채권시장에서는 이주열 총재가 매파(통화긴축)라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해 11월 금리인상 과정에서 내비친 그의 언급들이 잔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리인상이 이뤄졌던 지난해 11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향후 방향은 역시 인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었다.

당시 이 총재는 통화정책방향에 ‘신중히’라는 문구를 넣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신중히 판단’을 집어넣은 것은 그야말로 액면 그대로 신중히 하겠다는 것이다. 금리정책을 앞으로 방향 자체는 완화의 정도를 축소하는 쪽으로 잡았지만 고려할 요인이 아주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후 1월과 2월 금통위를 거치면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주지 못했다. 실제 1월과 2월 통화정책방향 종합판단 문구는 지난해 11월과 자구 한자 바뀌지 않았다.

사실상 그는 임기내 금리인상 한번 못해보고 떠나는 총재로 남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올 초 기자들과의 신년 다과회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두 번 인상해도 상당히 완화적이라는데 이왕 한번 인상했으니 임기전 추가로 한번 더 인상하고 떠날 의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금통위원들이 (낮은) 물가를 강조하고 있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분위기는 한번 인상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한편 예상 밖으로 연임이 이뤄지면서 이 총재 또한 향후 완화정책에 대한 조정 속도를 재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추가 인상을 차기 총재 몫으로 넘긴 상황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1월 금리인상도 그해 6월 한은 창립기념일 때부터 신호를 주기 시작해 그 강도를 높인 후 단행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추가 금리인상 역시 사전에 여러 번의 신호를 보낸 후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10년반만 한·미 금리역전 우려, 과거 175bp 역전도 = 미국 1월 소비자물가가 호조세를 보인데다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 취임으로 미국도 연내 금리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존 연내 세 번 인상에서 네 번까지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드리는 분위기다. 또 6월에도 추가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은(1.50%)과 연준(1.25~1.50%) 기준금리는 같은 수준이다. 연준이 3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2007년 9월 이후 역전을 허용하는 셈이다. 당시 금리역전기엔 125bp(1bp=0.01%포인트)까지 금리역전을 용인한 바 있다. 또 그 직전 역전이 있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최대 175bp까지 금리역전이 이뤄졌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결국 자본유출을 우려하는 것과 직결된다. 다만 금리역전이 곧 자본유출은 아닌 모습이다.

실제 시중금리는 오래전부터 역전돼 있는 상황이다. 통안채 3개월물과 라이보(Libor) 3개월물간 금리는 지난해 6월말부터 역전되기 시작해 2일 현재 48bp 역전 상황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단기 외화자금사정을 의미하는 외환(FX)스와프레이트 3개월물은 마이너스(-)80bp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차익거래유인은 32bp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차익거래 유인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 총재도 2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이론적으로 한미 금리차가 역전된다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증권자금의 유출 압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미간 금리가 역전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외국인 증권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 이유로 상당 수준의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데다, 외국 중앙은행 등 소위 장기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돼 있어서다.

(한국은행, 통계청)
(한국은행, 통계청)
◇다시 펀더멘털 = 결국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는 경제와 물가 등 경제 펀더멘털이 좌우할 전망이다. 앞서 1월 전망에서는 올 성장률을 기존 2.9%에서 3.0%로 높인데 반해, 소비자물가는 1.8%에서 1.7%로 낮췄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도 기존 1.9%에서 1.8%로 내렸다.

또 올해를 상·하반기로 나눠보면 성장률은 상반기 3.2%에서 하반기 2.8%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반면 물가와 근원인플레는 각각 1.5%와 1.6%에서 1.8%와 1.9%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경제부문과 관련해 한은은 세계경제 성장세 강화와 대중 교역여건 개선 등을 상방리스크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GM의 구조조정 추진 등을 하방리스크로 판단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하방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이지만 전망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일정부문 경기 하강에 대해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듯싶다.

반면 물가가 한은 예측치만큼 올라 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1.0% 상승에 그치며 2016년 8월(0.5%) 이후 1년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근원인플레는 1.2% 상승에 머물러 2012년 8월(1.2%) 이후 5년5개월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많은 금통위원들이 우려하고 나선 것도 바로 물가다. 일부 금통위원은 “물가상승 압력은 아직 현재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시 반대표를 던졌던 조동철 위원은 아예 한은의 전망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도 경제심리 개선 상황도 지켜볼 변수다. 지난해 11월 금리인상 직전 한은이 발표한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는 100.2로 2012년 3월(100.3) 이후 5년8개월만에 기준치 100을 넘긴 바 있다. 이후 수치가 수정 보완되면서 2월 현재 99.6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이 지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종합심리지수로 이 지수 100 이하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된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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