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전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철강 수입품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에서 투자 심리가 급랭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가 전일 대비 1.68%, S&P500지수가 1.33%, 나스닥지수는 1.27% 각각 떨어졌다. 다우지수가 장중 500포인트 이상 빠지고 S&P지수는 2700선이 붕괴한 채 장을 마치는 등 투자자들이 무역전쟁이라는 새 불확실성 요소 등장에 흔들리고 있다고 미국 CNBC방송은 설명했다.
AK스틸이 9.5% 폭등하고 US스틸이 5.8%, 뉴코어가 3.3% 각각 급등하는 등 철강 관련주는 랠리를 보였다. 그러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생산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불안에 증시는 전반적으로 강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이들 제품 수요가 큰 보잉과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 주가는 각각 3% 이상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가 전면적인 무역전쟁의 징조는 아니지만 전 세계 국가들이 보복에 나서면서 전쟁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나 피터슨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사용하는 것이 트럼프 무역정책의 중심에 있다. 이런 정책 추진은 무역 분쟁을 새 영역으로 접어들게 하는 것”이라며 “확실히 다른 나라도 미국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문을 열었다. 이것이 바로 무역전쟁의 시작”이라고 꼬집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유럽의 많은 일자리가 불공정한 조치로 위험에 처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과 상응하는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무역 갈등 완화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시점에서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혀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전포고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터뜨리려는 것은 오는 11월 열리는 중간선거에 대비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일자리 창출을 지지자들에게 어필하려는 목적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공장 근로자들이 무역협정에서 불공평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그의 승리를 이끈 가장 큰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그는 취임 후 보호무역주의 수사를 강화했으며 중간선거가 열리는 올해에는 연초부터 한국과 중국 등의 태양광 제품과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섣부른 보호무역주의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당장 자동차와 기계 건설 에너지에서 식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산업이 비상에 걸렸다.
이들 제조업체의 비용이 늘어나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소비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경제 전체가 둔화할 수 있다. 미국 CNN머니는 자동차에서 맥주, 음료수 심지어 야구배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의 가격이 이전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 철강과 알루미늄 업계가 수요를 자체적으로 소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기업들은 연간 1억 t에 달하는 철강을 쓰고 있는데 수입품은 이 중 약 3분의 1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550만 t 알루미늄 소비량 중 수입 비중은 90%가 넘는다.
맥주업체 몰슨쿠어스는 이날 성명에서 “알루미늄 가격 인상으로 맥주산업 전반에 일자리 상실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가 잘못 이끌어진 관세로 고통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미국맥주협회는 알루미늄 관세 10% 부과로 양조장과 술집 등 다양한 부문에서 2만3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