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정상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20대 남성이 스키장 측의 빠른 상황대처 덕에 목숨을 건졌다. 이 남성은 쓰러진지 불과 15분 만에 구급차로 이동하며 ‘심장 충격기’로 응급처치를 받았다.
춘천 성심병원과 대명비발디파크 등에 따르면 설 명절을 앞둔 지난달 14일 강원도 홍천 소재 '대명비발디파크' 스키장 정상에서 20대 남성 박 모씨(24. 경기도 시흥시)가 갑자기 쓰러졌다.
연휴를 앞두고 친구들과 스키장을 찾았던 박 씨는 이날 오후 8시 께 친구 4명과 슬로프 정상에 올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박 씨는 정상에서 내려오려던 순간, 힘없이 쓰러지며 의식을 잃었다. 함께있던 송 모씨는 “친구가 다리에 힘이 풀리듯 그 자리에 주저앉은 뒤 쓰러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약 20m 하단에 있던 안전요원(패트롤) 이태형 대원도 쓰러지는 박 씨를 동시에 목격했다. 박 씨에게 달려간 이 대원은 기도를 먼저 확보하고 곧바로 지원을 요청했다.
슬로프 아래에서 상황을 전달받은 이는 비발디파크 주정용 패트롤 대장. 그는 반사적으로 무전기를 들고 뛰었다. 이어 스노모빌을 타고 슬로프 정상까지 단 2분 만에 내달렸다. 다른 2명의 안전요원도 곧 현장에 도착했다.
주정용 대장은 교육 받았던 대로 쓰러진 박 씨의 의식과 호흡, 동공반응 등을 살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한 그는 즉시 의료용 이동썰매에 쓰러진 박 씨를 태워 고정했다. 슬로프 아래 의무실까지 이동하면서도 썰매 위에서 박 씨에 대한 흉부압박은 계속됐다.
박 씨는 사고발생 5분 만에 슬로프 아래 의무실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총 15리터) 주입을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도 흉부압박은 멈추지 않았다.
의무실 도착과 함께 신고를 받은 강원소방본부 119안전센터는 “대명리조트 자체 구급차를 이용해 춘천 성심병원으로 후송”을 지시했다. 심정지 환자의 특성상 119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골든아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키장 측은 박 씨가 의무실에 도착한지 3분, 쓰러진지 10분 만에 자체보유(2대) 구급차를 이용, 춘천 성심병원으로 달렸다. 후송 도중 응급처치를 위해 비발디파크 의무실 의료진 2명도 동승했다.
의료진은 구급차 안에서 심장 충격기 'AED(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를 이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박 씨가 쓰러진지 불과 15분 만이었다. 두 번째 심장 충격을 실시한 순간, 깊은 숨을 내쉬며 박 씨의 자발 호흡이 시작됐다. 희미하지만 의식도 돌아왔다. 이 순간에도 교대로 이어진 흉부압박은 멈추지 않았다.
AED는 심정지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줘 심장의 정상 리듬을 되찾는 응급의료 기기다. 의료인은 물론 의학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주 대장과 박 씨 후송에 나선 비발디파크 의무실 신희경 간호사는 “구급차로 이송을 시작할 때부터 (환자의)의식이 없어 긴장감이 컸다”며 “자동 심장 충격기로 두 번째 처치를 마쳤을 때 희미하지만 호흡이 돌아와 희망이 있다고 믿었다”며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박 씨는 슬로프 정상에서 쓰러진 뒤 20여분 만에 춘천 성심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삶과 죽음의 날카로운 경계선에서 스키장 측의 발 빠른 상황판단과 대처가 박 씨를 살린 셈이다.
박 씨는 이후 의식을 회복했고 병원 진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키장 측도 병원의 요청에 따라 심장 충격기 분석내용 등의 응급처치 사항을 전달했다.
병원 측은 “초기 응급처치가 빨라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며 “현재 회복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이 상황을 이끈 주인공은 올해로 패트롤 경력 19년째인 주정용 패트롤 대장. 그는 “현장에 도착한 순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교육받았던 대로 기도확보와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며 “요구조자의 의식이 되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발디파크 스포츠사업부 김명복 부장은 “스키장 패트롤 요원들은 한국스키장경영협회(회장 신달순)를 통해 주기적으로 안전 교육을 받고 있다”며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해도 우리 대원들은 똑같이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