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원 넘게 급등하며 11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재정환율인 원·엔환율도 1010원을 돌파하며 5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롬 파월 미국 신임 연준(Fed)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 하원의회에 출석해 미국 경제는 강하고 인플레이션 상승압력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둘기적 언급을 기대했던 쪽에서 스탑로스가 나왔다. 역외 매수도 쏟아졌다. 반면 월말임에도 불구하고 수출업체 네고(달러매도) 물량은 거의 없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하단이 지지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파월 의장의 상원의회 증언도 있어 일단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봤다. 다음달초 이탈리아 총선이 예정돼 있고 3월로 넘어가며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경계감도 확산할 것으로 봤다.
1080.5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079.0원과 1084.0원 사이를 오갔다. 장중변동폭은 5.0원이었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8.02원 상승한 1011.06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29일 1016.46원 이후 최고치다.
역외환율은 급등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081.1/1081.4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10.4원 올랐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28.78포인트(1.17%) 급락한 2427.36을, 코스닥은 16.95포인트(1.94%) 폭락한 857.06을 기록했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105억4900만원을, 코스닥시장에서 339억200만원을 각각 매도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파월 신임 의장의 언급이 원론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매파적으로 해석한 것 같다. 미 금리시장에서 제일 먼저 반응했고 미 증시도 1% 이상 조정을 받았다”며 “원·달러 환율 시장에서는 유화적인 코멘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선제적으로 달러를 매도한 쪽이 많았던 것 같다. 스탑로스가 쏟아졌다. 또 월말임에도 수출업체 네고보다는 역외 매수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는 고점이라 본다. 다만 파월 증언이 상원의회에서도 예정돼 있어 지켜봐야겠다”며 “어쨌든 최근 환율시장은 미국 채권 수익률과 주식시장 움직임에 리스크 온오프를 판단하는 장이 계속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파월 의장 발언에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주가는 하락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도 상승압력을 받았다. 월말임에도 네고도 많지 않아 큰 폭으로 오르면서 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달 4일 이탈리아 총선이 예정돼 있다. 유로존 정치리스크가 부각될 것으로 본다. 3월 FOMC에 대한 경계감도 가시화하겠다”며 “변동성 와중에 지지력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다음주말까지 1070원에서 1090원 사이 등락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오후 3시50분 현재 달러·엔은 0.13엔(0.12%) 떨어진 107.03엔을, 유로·달러는 0.0038달러(0.31%) 하락한 1.2236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