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사 NBC가 2032년까지 미국에서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맺은 120억 달러(약 12조9420억 원) 규모의 계약이 NBC에 큰 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에서 올림픽에 대한 총체적인 관심 저하가 원인으로 꼽힌다.
NBC는 미국 올림픽 주관방송사다. 2011년 NBC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포함한 이후 4번의 대미 독점 방송권을 총 43억8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3년 뒤 이후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포함해 2032년까지 열리는 6개 대회분의 방송권을 사들이는 데 77억 달러를 지급했다. 이로써 NBC는 IOC 수익의 약 40%를 차지하는 큰 손 고객으로 자리하게 됐다.
그런데 NBC의 투자가 적절한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분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첫 번째 이유는 광고주가 선호하는 18~49세 연령 시청자들의 시청률 감소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이 연령의 시청률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과 비교해 24% 감소했다. 올림픽 일정 중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개막식의 경우 소치 올림픽보다 8.6%가 감소했다. 수익률과 직결되는 시청률 감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NBC를 소유하고 있는 컴캐스트는 이번 올림픽 광고 판매량이 9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세간의 우려를 해명했다. 이는 소치 올림픽 당시 8억 달러에서 증가한 것이다.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로버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NBC는 올림픽 중계권 계약을 무조건적으로 연장할 것”이라며 중계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NBC의 마크 라자루스 회장은 “우리가 장기로 맺은 올림픽 중계권 계약은 최고의 선택”이라며 “올림픽은 TV 방송부터 스냅챗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방대하고 다양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이 확대되는 데 대해 적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중계권 투자에 매우 낙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NBC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수익성이 아니라 올림픽 자체에 대한 미국인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NBC 본 방송 시청자와 실시간 스트리밍 시청자를 결합해도 총 시청률은 여전히 낮다. 프라임 타임을 기준으로 평창 올림픽의 시청률은 소치 올림픽보다 8% 떨어졌다.
미국인들이 올림픽 경기 중계에 과거보다 관심을 덜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진에 있다. 미국은 현재까지 금 9개, 은 8개, 동 6개로 총 23개의 메달을 확보하며 전체 국가 중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소치올림픽 때만 해도 미국이 획득한 총 메달 수는 28개에 달했다.
또 다른 원인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계 스포츠 중 하나인 아이스하키에서 세계 최대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평창 올림픽에 불참한 것이다. NHL 선수들은 1998년 일본 나가노부터 2014년 러시아 소치까지 동계올림픽에 모두 출전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서 NHL은 IOC에 톱 스폰서 수준의 대우를 해달라고 요청하며 분란을 일으켰다. IOC가 이를 거부하자 NHL은 불참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대표팀 구성에 큰 타격을 받았고, 평창올림픽에서 8강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