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이 GM에 인수된 이후 15년간 지출한 연구·개발(R&D) 비용이 7조1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미국 본사 등 해외로 빠져나간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의 과도한 R&D 비용 지출이 GM 본사와의 ‘불공정 계약’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지엠이 각국의 GM 해외 법인과 비교해 재무 상태와 현금 흐름 등을 볼 때 과도한 R&D 비용 부과 등으로 원가율이 90%에 달하는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 관계자는 “2009년 삼일회계법인 실사 때도 한국지엠이 R&D 비용 명목으로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GM 본사와 체결한 계약 중 숨어 있는 독소 조항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실사가 진행됐다” 며 “지금까지 한국지엠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GM과의 불공정한 계약 체결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한국지엠이 떠안고 있는 구체적 R&D 비용 분담 비율이나 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다” 며 “각국의 GM 계열사들이 분담하고 있다는 R&D 비용을 조사해 한국지엠에 불리한 점이 있다면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2년 한국지엠 설립 이후 20016년까지 R&D 비용으로 7조1648억 원, 매년 평균 4777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매출액의 4~5% 수준이다. 특히 2014~2016년엔 적자에도 매출액의 5% 안팎을 개발비로 투입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정도가 ‘글로벌 아키텍처 프로그램’에 따라 지출됐는지는 알 수 없다. 과거 GM은 이 프로그램을 도입, 차종별 개발본부를 지정하지 않고 전 세계 계열사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공동 개발하고 R&D 비용을 분담하는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신차 1종 개발 과정에서 글로벌 아키텍처 프로그램에 따라 A국가 법인이 개발본부로 지정되면 한국지엠이 설계와 디자인 개발 등에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 경우 한국지엠이 이 신차의 최대 생산기지로 선정되면 이에 따른 R&D 비용을 본사와 A국가 법인에 지불하는 구조다.이르면 이달 말 실시하는 한국GM에 대한 실사에서 한국지엠과 GM 간 체결한 R&D 비용·부품조달비 등 관련 계약자료 공개 등을 놓고 한국 정부와 적잖은 신경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실사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하겠다고 제시한 체크리스트에는 한국GM과 GM 본사 간 △부품조달비 관련 계약자료 △대출금리 약정서 △R&D 비용 회계 처리 내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