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8년여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이현 키움증권 사장 내정자가 기업금융(IB) 사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신용공여한도 증대를 통해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약 3552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329만3173주를 다수 증권사와 사모펀드 등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방식으로 발행키로 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우선주에 상환권을 결합한 종류 주식이다. 사채처럼 경영권에 대한 영향을 차단하면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장점이 있다. 부채와 비슷한 성격이면서도 자기자본으로 계상돼 회계상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이번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한 전환 청구는 발행일로부터 1년 후인 2019년 2월 22일부터 일대일 비율로 가능하다. 상환권은 발행일로부터 3년 후부터 매 1년이 되는 날 발생한다. 배당률은 2년 후인 2020년까지 4.1%, 3년째부터는 금융채에 2.172%를 더한 수준으로 합의됐다.
키움증권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2009년 11월 이후 약 8년 3개월 만이다. 지난해 첫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1470억 원을 마련한 데 이어 이번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2년 연속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키움증권이 이번 유상증자를 단행한 이유는 운영자금 마련이다. 마련된 자금은 향후 PI(자기자본투자)나 신사업, 인수ㆍ합병(M&A) 등에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자기자본 증대 효과로 인해 신용공여한도 부담이 감소해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증권사들은 유가증권 또는 현금을 담보로 신용거래고객들에게 투자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은 국내 증권사의 신용공여한도를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규제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키움증권의 신용공여금은 1조3600억 원으로 당시 자기자본(1조3924억 원)에 임박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와 지난해 발행한 전환사채 등으로 신용한도 부담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라며 “이는 추가적인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MS)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은 대신증권을 제치고 국내 자기자본 9위 증권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작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키움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3981억 원이다. 증자를 완료하면 자기자본 규모는 1조7533억 원으로 늘어나 대신증권(1조7207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증권업계가 반색하고 나서면서 주가도 웃었다. 이날 오후 2시 31분 현재 키움증권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장 대비 2.39% 오른 10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