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SK케미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출시한 국내 최초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가 출시한 지 두 달 만인 14일 기준으로 누적 매출 50억 원을 넘어섰다. 제품 출시 만 2개월을 맞는 이달 말에는 8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조스터는 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이다.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는 2016년 800억 원 수준에서 올해 약 1000억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대상포진 백신은 다국적제약사 MSD의 ‘조스타박스’가 세계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였다.
SK케미칼은 일반 병ㆍ의원에서 스카이조스터에 대한 요청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종합병원에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어서 공장을 최대한 가동하며 제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초기 판매 호조 기세를 몰아 출시 첫해인 올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점유율 50%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14일엔 글로벌 백신 리더 사노피 파스퇴르에 자체 개발한 세포배양 백신 생산 기술을 국내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금액인 1700억 원에 수출하기도 했다.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 3, 4가 판매는 물론,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백신도 임상에 진입하며 순항 중이다.
이 같은 성과는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백신’에 주목한 최창원 부회장의 10년 뚝심경영이 바탕이 됐다. SK케미칼이 백신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본격화한 것은 2008년이다. SK케미칼 측은 “국내 백신 자급률이 저조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백신 개발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컸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글로벌 의약 트렌드가 질병의 치료에서 예방으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백신’이 그 중심에 설 것이라는 최 부회장의 판단이 컸다.이후 SK케미칼은 오너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백신 분야에 집중 투자할 수 있었다.
최근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른 화학과 제약 사업 분리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백신 기업으로서의 도약 발판도 마련됐다. 회사 측은 연내 전체 제약·바이오 사업의 40%를 차지하는 백신 사업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 형태로 설립할 계획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백신은 개발 난이도가 높아 글로벌 소수의 회사들만이 독점 구조로 영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술만 개발된다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이번 분사 결정으로 합성의약품과 영업 구조 및 치료·예방 개념에서 차이가 나는 백신 사업을 보다 전문화·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