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코스닥 투자자들은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에 주목했다. 출범 6년 만에 증시 입성에 나선 제일홀딩스는 당시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며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실제 공모금액은 4219억 원으로, 코스닥 역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증시에 발을 들여놓자, 제일홀딩스 주가는 투자자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며 실망감을 안겨줬다.
◇알짜 계열사에 실적 상승까지…성공적 IPO =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5월 11일 상장위원회를 열고 제일홀딩스 상장을 승인했다. 제일홀딩스는 같은 달 24일 희망 공모가 밴드로 2만700~2만2700원을 제시했고, 이후 국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 결과를 토대로 공모가를 2만700원으로 결정했다. 특히 공모주 청약에서 경쟁률 20.67대 1을 기록해 준수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맡았다.
당시 제일홀딩스가 주목받은 것은 IPO 최대어라는 것 외에도 알짜 계열사를 거느린 하림그룹의 지주회사라는 이유가 컸다. 제일홀딩스는 하림, 팬오션을 비롯해 6개의 상장 계열사(코스피 4곳·코스닥 2곳)의 지분을 대부분 50%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비상장사 지분 가치까지 더하면 자산 가치만 3조 원에 달한다.
특히 제일홀딩스가 지분 50.88%를 보유한 해운운송 업체 팬오션은 벌크 시황 개선과 곡물사업 확대로 지분 가치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조 원대의 매출을 회복했으며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6.2% 증가한 1950억2267만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45.5% 증가해 1412억7530만 원으로 높아졌다. 제일홀딩스의 2016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6조1964억 원으로 2년 만에 두 배나 껑충 뛰었다. 아울러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45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밑돌아 = 하지만 제일홀딩스의 상장 첫날 성적은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상장 전부터 IPO 시장 대어로 기대감을 한껏 높였지만, 첫날부터 공모가 아래로 거래를 마치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제일홀딩스는 시초가 대비 2.14%(400원) 오른 1만905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이날 제일홀딩스의 시초가는 공모가인 2만700원보다 9.9% 낮은 1만8650원으로 결정됐으며, 종가 역시 공모가를 밑돌았다. 이는 당시 불거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편법 승계 논란과 이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가능성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왔다.
이날 제일홀딩스의 계열사들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하림홀딩스는 5.45% 내린 4340원에 장을 마감했고, 하림도 전일 대비 2.33% 하락한 5040원을 기록했다.
제일홀딩스는 이후에도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주가가 꾸준히 하락했다. ‘코스닥150’에 편입하면서 이틀 연속 오르는 반전도 있었지만, 이 역시 잠시뿐이었다. 이달 14일 기준으로 제일홀딩스 주가는 공모가에서 25%가량 하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 “비관 이르다…3가지 상승 요인 있어” = 지난해 6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은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 전문가들은 상승 여력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해외시장 선점을 통한 외연 확대 기대감이 높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제일홀딩스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 가치사슬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축산 밸류체인을 확보했고, 이제 해외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중국·미국·동남아 등 총 6개국에 사료 사업에 진출했고, 특히 동남아시장에서는 국내와 동일한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 다각화에 따른 성장도 긍정적이다. 하림그룹은 팬오션(곡물유통), 엔에스쇼핑(유통)을 인수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이뤘다. 아울러 반려동물 사료 등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하림그룹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하림홀딩스와의 합병 가능성과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 합병이 진행될 경우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한 경영 전반적인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향후 추가적 자산가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하림은 하림홀딩스, 제일홀딩스, 농수산홀딩스, 선진지주 등 4개였던 지주사를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로 압축하는 기업구조 단순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민동기 제일홀딩스 대표도 코스닥 상장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림홀딩스와의 합병 여부에 대해 “시기의 문제”라며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