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견인차 역할을 했던 개인 소비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의 자동차와 스마트폰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신차 판매는 전년 대비 3% 증가에 그쳤으며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주요 12개사 중 8곳의 판매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스마트폰 시장도 지난해 출하 실적이 4.9% 감소로, 사상 처음으로 전년보다 미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신흥 업체들도 최근 판매가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중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판매가 줄어들었다. 둥펑자동차그룹의 작년 신차 판매는 전년보다 4%, 창안자동차그룹은 6%, 베이징자동차그룹은 12% 각각 감소했다. 신에너지 차량 부문에서 중국 선두를 달리는 비야디(BYD)의 지난해 판매량은 17% 급감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해 전체 신차 판매 증가율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올해 판매 증가율도 3%에 그칠 것으로 예상해 향후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사라지면서 자동차 시장이 부진에 빠졌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2016년까지 중국은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등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할 때마다 세단 기준 1대당 200만 엔(약 1974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난해는 보조금이 전년 대비 40% 정도 줄어들었고 지급 기준도 더욱 까다로워져 정부 지원에 의존했던 현지 기업들이 더욱 고전하게 됐다. 올해는 작년 대비 보조금이 더 줄어드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다. 또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지난 2015년 10월 시행된 소형차 감세 조치는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지만 올해는 그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 계획처럼 대기업들이 이런 전환을 견인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전기차 관련 법이 4월 시행될 예정이나 세부 정보는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본격적인 규제 자체는 2019년으로 지연된 상태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세계에서 30% 비중에 달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도 감속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리서치업체 IDC가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전년보다 4.9% 감소한 4억4430만 대에 그쳤다. 전 세계 시장도 0.1% 줄어들어 사상 첫 감소세를 보였지만 중국의 부진은 이보다 더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는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해 불안을 더욱 고조시켰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돌입한 가운데 차별화가 더욱 어려워진 점이 부진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광둥 선전의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지난해 가을 신제품(아이폰X)을 내놓았는데 거의 동시에 중국 업체들이 비슷한 기능의 스마트폰을 출시했다”며 “얼굴 인증 기술도 그렇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대해 이전보다 더 빠르게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 강자인 오포와 비보는 2016~2017년 전반까지만 해도 새로운 브랜드와 함께 음질과 고화질을 내세우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작년 가을부터 급격히 이런 기세가 사라지면서 지난 분기 출하량이 오포가 18.5%, 비포가 13.0% 각각 감소했다.
스마트폰의 고성능화와 함께 중국 업체 제품도 4만~8만 엔대 가격이 주류가 되면서 소비자 교체 주기가 길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