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맞불을 놓았다. 4일(현지시간) 중국은 미국산 수수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미국에서 수입된 수수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정부가 수수 수출에서 보조금을 지원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3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미국에서 수입된 수수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내년 2월 4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는 최대 내년 8월 4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중국 상무부 무역구제조사국 왕허쥔 국장은 “2013년부터 막대한 양의 수수가 미국에서 수입되면서 중국의 곡물 가격을 끌어내렸고 이에 중국 수수산업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는 정상적인 무역 구제 조사”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작년에 전체 수입한 수수는 500만 톤으로 약 11억 달러(약 1조 1951억5000만 원)에 달한다. 이중 미국에서 들여온 물량은 460만 톤을 차지한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압박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중국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미치는 무역 피해에 보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JC인텔리전스의 리 퀴앙 수석 애널리스트는 “나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중국이 수수에 이어 추가로 반덤핑 조사를 시행한다면 대두를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덤핑 공세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28일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하는 에틸렌 글리콜 모노부틸 에테르(EGBE)와 디에틸렌 글리콜 모노부틸 에테르(DEGBE), 두 종류 화학제품을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연장할 방침을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2013년 1월 미국과 유럽연합(EU) 업체들이 해당 제품들을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중국 내 산업을 갉아먹었다며 5년 동안 9.3~18.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상무부는 자국 산업이 입은 피해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재심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그러자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에 항의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