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확정하고, 1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시장은 각종 난관 속에 이번 유상증자가 원활히 진행될지 주목하고 있다.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영업손실이 5242억 원으로 적자폭이 전년 대비 256.1%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9102억 원으로 24.1%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3407억 원으로 145.5% 늘었다.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영업손실은 이미 예고된 사안이다. 지난해 12월 6일 삼성중공업은 실적전망 공시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각각 4900억 원, 24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행가능주식 총수를 기존 5억주에서 8억주로 늘리는 정관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이후 이사회를 열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5624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규발행 주식수는 2억4000만 주로, 현재 주식수(3억9000만 주)의 61% 수준이다. 예정발행가는 할인율 20%를 적용해 6510원으로 정해졌다. 확정 발행가액은 오는 4월 9일 확정된다. 신주는 오는 5월 4일 상장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500억 원씩 총 7500억 원을 차입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를 추진하기에 앞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삼성중공업의 이같은 대규모 자금조달은 금융기관의 여신 축소에 대비한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원활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통한 수주 회복의 목적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단기차입금은 1조8290억 원으로, 보유 현금성자산(4510억 원)을 크게 상회한다. 이번 유상증자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손실발생 규모를 상회는 자본 확충으로 부채비율이 140%대에서 70%대로 개선되고, 단기적인 자금운용 부담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일반 투자자의 이번 유상증자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드독(Mad Dog)Ⅱ 프로젝트의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를 약 1조5000억 원에, 모잠비크 코랄(Coral)해양가스전(FLNG) 프로젝트를 2조8500억 원에 각각 수주했다.
올해도 요한 카스트버그 프로젝트 상부플랜트 제작 등 여러 수주전 영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9일엔 반잠수식 시추설비 1척을 유럽 선사에 약 5억 달러(약 5338억 원)에 매각하고 올해 말까지 인도한다고 밝혔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조선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며 “현재 주가는 단기 급등한 측면이 있어, 단기 트레이딩보다 증자 참여(할인 신주 취득)에 따른 수익까지 고려한 장기적 시각에서 투자할 만하다”고 밝혔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도 “수주업황 회복과 현금흐름 완화 기조를 고려해 지속 보유를 고려할 만 하다”고 진단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 등 업황호조에 기댄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다만 수주와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찰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