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이 로저 페더러와의 4강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현의 아버지인 정석진 전 삼일공고 감독은 희망을 드러냈다.
정석진 전 감독은 25일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정현의 강점은 위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강철 멘탈'이다. 자신감을 갖고 게임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은 26일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페더러와 4강전을 치른다. 정현은 16강전에서 전 세계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완파했으며 8강전에서는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킨 테니스 샌드그렌(미국)까지 제압하며 4강에 진출했다. 한국 테니스 사상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다.
정석진 전 감독은 정현의 이 같은 상승세에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면서도 "지난달 태국에서 동계훈련 동안 기초 체력훈련과 함께 서브, 스트로크 등 다양한 기술 훈련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또 페더러와의 승부처는 '멘탈 관리'라고 꼽았다. 정석진 전 감독은 "정현은 예민하지만 매우 근성 있고 침착하고 진중하다. 또래에 비해 성숙한 면이 있다. 멘탈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 출신인 박성희 박사와 멘탈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현은 지난해 5월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탈락한 뒤 복부 부상과 슬럼프가 겹쳐 잠시 방황했다. 하지만 1년 동안 멘탈 훈련을 거듭하며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서브와 포핸드를 집중 연습했다.
정석진 전 감독은 자신만의 교육법과 철학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석진 전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정현이 좋아하는 일을 믿고 따라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배려에 대해 많이 강조했다"며 "글로벌을 강조해왔기에 오렌지볼과 윔블던 대회 같은 국제 대회에 참가해 세계 무대를 적극 경험한 게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정현의 영어 실력이 급상승하게 된 배경은 "영어과외의 힘"이라며 "미국 시카고에 사는 데이비드 정이라는 친구가 현이와 거의 매일 대화를 나누며 영어 연습을 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도 그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현은 평소 비행기를 탈 때 "제가 스타도 아니고 세계적인 선수도 아닌데 이코노미 클래스면 된다"며 비즈니스석을 사양한다. 정석진 전 감독은 "현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어리광 피울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아 뒷바라지 했고, 갚는데 딱 10년 걸렸다"며 풍족한 지원을 못 해준 데에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삼성을 비롯한 주변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현이는 없었을 것"이라며 "물집 잡혀 너덜너덜해진 아들 발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정석진 전 감독은 "정현이 후배들과 다른 동료 선수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4강을 계기로 한국 테니스 저변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