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로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던 폴 로머 교수가 WB 내에서 불화를 빚다가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로머는 2016년 10월 세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임명된 지 15개월 만에 사임을 결정했다. 그는 세계은행 안에서 연구 방법론 등을 놓고 끝임 없이 잡음에 시달렸다. 그의 공식 임기는 2020년 9월까지였으나 조직 내에서 갈등을 원만히 넘기지 못해 사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로머 교수는 최근 세계은행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해 물의를 일으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세계은행 직원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보고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내가 말하려 했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며 “보고서에서 어떠한 조작된 수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뿐만 아니라 로머 교수는 세계은행 직원들과 사소한 마찰도 계속 일으켰다. 소식통에 따르면 작년에 그는 세계은행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그리고’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사용한 것을 두고 직원들에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로머 교수는 취임 1년 만에 관리 책임을 박탈당했다. 몇 달 전 FT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그는 “세계은행에 있는 동료들은 뻔뻔한 자기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난했다. 그는 “동료들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을 공공연하게 사실인 양 말하고 다니는데, 나는 이렇게 전문적이지 못한 사람들을 이제껏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이 조작된 결과를 발표한다고 상상해보라”고 비꼬았다. 소식통은 “FT와 이메일을 주고받기 전에도 로머 교수는 세계은행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며 “로머는 세계은행이 하는 연구에 환멸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로머가 뉴욕대 교수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로머는 뛰어난 경제학자로서 우리는 그와 지정학적 문제와 도시화, 일의 미래 등 다양한 이슈를 토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로머의 솔직함과 정직함을 높이 평가했고, 그가 떠난 지금의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