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 간판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이면서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또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까지 받게 됐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E는 이날 세계 최대 복합엔지니어링 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초라한 실적을 발표했다. GE는 지난해 4분기 98억26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보험사업에서 특별 비용이 발생한 가운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비용도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핵심인 전력사업의 부진도 이어졌다. 존 플래너리 GE 최고경영자(CEO)는 “전력 부문의 부진이 심하다”며 “당분간 어려운 시장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5% 줄어든 314억200만 달러에 그쳤다. 가스터빈 등 화력발전 관련 기기 판매 침체로 전력 부문 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해 사업전망도 불투명하다. 성장 사업으로 밀고 있는 재생에너지 분야도 경쟁 심화로 수주가 2% 줄었다. 전력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0% 급감한 2억6000만 달러에 그쳤다.
그나마 항공기 엔진과 의료기기 부문은 20%에 달하는 매출총이익률로, 그룹 전체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동안 부진했던 석유·가스 부문도 유가 회복에 힘입어 지난 분기 수주가 73% 급증했다.
플래너리는 비효율적인 경영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항공기 엔진 등 핵심사업의 분리를 검토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에 사업 분할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GE는 또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회계처리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전임자인 제프리 이멜트가 남긴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려 총력을 기울이는 플래너리 CEO에게 이는 새로운 타격이 될 것이라고 FT는 꼬집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SEC는 지난해 11월 GE 측에 전력부문의 장기 서비스 계약과 관련한 회계처리를 조사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또 GE가 지난주에 보험사업 부문의 대규모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150억 달러(약 16조 원)의 예비비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조사가 더욱 확대됐다. 제이미 밀러 GE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EC의 조사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우리는 조사에 전면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