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 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폐기된 전자제품의 총량이다. 190억 달러(약 20조3566억 원) 규모. 그중 82%(4100만 톤)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발생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서랍 속 스마트폰 단말기를 바라보던 삼성전자 ‘갤럭시 업사이클링(Galaxy Upcycling)’ 팀원들은 스마트폰 ‘심폐소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일부 기능이 망가졌어도 ‘두뇌’는 여전히 쓸모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발한 방법으로 잠자던 폐(廢)휴대전화를 깨웠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인정 받아 11일(현지 시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주관하는 ‘2017 SMM 어워드 ‘챔피언’ 부문에서 ‘신기술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12일 이들을 만나 ‘지속 가능한 기술’을 주제로 얘길 나눴다. 전체 프로젝트의 기틀을 다진 고민형(삼성전자 무선사업부 IoT상품전략그룹) 씨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능 중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별 모듈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휴대전화는 사람 손 위에서 작동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센서나 모터, 인공지능(AI) 등과 연결되면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질 거라 생각했다”며 “특히 스마트폰은 출시된 지 삼사 년밖에 안 된 제품이 대다수라 프로세서나 모뎀 등의 성능이 우수한 만큼 ‘해볼 만하다’ 싶더라”고 말했다.
고 씨의 아이디어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을 통해 싹을 틔웠다. 그의 아이디어에 공감한 엔지니어 10명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11명으로 팀이 꾸려졌다.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의 기본 운영 원리는 ‘오픈 플랫폼’이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내·외부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수용해 협업한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학생들과의 산학협력으로 탄생한 ‘스마트 도어벨’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7에 전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오픈 플랫폼의 취지를 이어갈 계획이다.
갤럭시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을 대외에 알리고 삼성전자 대표 프로그램으로 구축 중인 허영채(삼성전자 글로벌CS센터 제품환경팀) 씨는 “갤럭시 업사이클링이 자원순환형 산업구조를 이끄는 혁신적 선도 기술이란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며 “2030년이면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이를 전망인데, 지금처럼 자원을 채취해 제품을 만들고, 사용 후 폐기하는 선형적 경제 체제에선 그 많은 인구가 쓸 자원을 모두 조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순환형 경제 체제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의 존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