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설정액 1조 원 이상인 국내 공모 펀드는 총 12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덩치가 큰 신영자산운용의 ‘신영 밸류 고배당 펀드’를 포함, 총 8개 펀드에서 한 달 사이 4655억 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형 펀드에서 최근 자금이탈이 생긴 것은 펀드시장 대세가 액티브에서 인덱스로 옮겨가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586억 원 감소했지만, 인덱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억2933억 원이 늘었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유망종목을 발굴해 투자, 시장 초과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인 반면, 인덱스펀드는 주가지표의 변동성과 동일한 투자 성과를 추구하는 펀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액티브에서 인덱스로 넘어가면서 가치주에 투자했던 대형 펀드들의 자금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액티브 주식형펀드인 ‘신영 밸류 고배당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2.23%로 같은 기간 주식형 수익률(4.46%)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 기점으로 전 세계가 금리인상 기조에 접어든 것도 대형 펀드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채권에 투자하는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플러스펀드’와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펀드’는 지난 한 달간 각각 268억 원, 530억 원이 이탈했다.
최근 대형 펀드 자금의 변화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음을 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길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대형 펀드 중에서도 채권형 펀드나 중위험상품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면서 “이는 대형 펀드 주요 투자자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시각이 올해 주식시장이 더 상승한다는 데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