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기업들이 오히려 주식시장에서는 승승장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리솔츠웰스매니지먼트의 베리 리솔츠 회장은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반(反) 트럼프 기업과 친(親) 트럼프 기업을 나누어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리솔츠 회장은 반 트럼프 기업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에는 ‘오물청소지수(Drain the Swamp Index)’라는 이름을, 친 트럼프 종목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에는 ‘올리가르히지수(Oligarch Index)’라는 이름을 각각 붙였다.
두 지수의 성적은 예상 밖이었다. 오물청소지수는 한 해 동안 42% 뛰었고, 올리가르히지수는 20% 오르는데 그쳤다. 주식시장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은 그다지 작용하지 않은 셈이다.
오물청소지수의 대표적인 종목이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다. 보잉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에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주가는 1년간 약 2배가량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보잉의 747기종 에어포스원 납품가가 너무 비싸다며 주문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때 결정한 새 에어포스원 구매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나중에 보잉은 제작 비용을 낮추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마찬가지로 트럼프와 반목해온 아마존의 주가는 같은 기간 약 60% 상승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는 앙숙 관계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베조스가 언론을 이용해 탈세한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내가 당선되면 베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는 없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베조스도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베조스는 대선 때 WP 기자 20명을 동원해 트럼프 검증팀을 가동했고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주변부부터 파괴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가짜뉴스’ 매체로 지목한 뉴욕타임스(NYT)의 주가는 작년 한 해 40% 올랐다. 디지털 구독자가 증가한 결과다.
한편 올리가르히는 정권과 결탁해 부를 축적한 신흥재벌을 뜻한다. 친 트럼프 기업으로 구성된 올리가르히지수에 포함된 대표적인 업체는 엑손모빌이다. 엑손모빌 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이 미국 국무부 장관 자리에 오르면서 엑손모빌은 친 트럼프 기업으로 분류됐다. 비슷한 이유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근무했던 골드만삭스도 친 트럼프 기업으로 꼽힌다. 국가경제위원회(NCE) 위원장을 맡은 게리 콘도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한 경력이 있다.
리솔츠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을 가루로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았지만, 다행히 폭풍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두 지수가 시사하는 점은 투자자들이 트럼프가 트위터로 비난하는 기업의 주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트위트는 정말로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의 트위트는 일시적이며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