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비트코인 ‘아나키스트’

입력 2018-01-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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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1부장

새해에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8일 기준 1비트코인 가격은 2500만 원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에 가깝다. 작년 말 두어 차례 급락했던 것을 빼면 폭락할 듯하면서 급등세를 이어가는 셈이다.

논란도 불붙고 있다. 거품, 과열이란 단어는 이제 비트코인의 또 다른 수식어가 됐다. 그런데 왜 논란 속에서도 비트코인은 끊임없이 오를까.

정부는 시장을 냉각하려 계좌 검사 등 또 다른 규제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비트코인은 한 국가의 통제 대상이 되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비트코인 거래를 규제하면 투기가 없어지고 거품이 빠질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냥 다른 나라에서 거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이런 게 가능하다. 예를 들어 A가 국내 거래소를 통해 1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치자. 이 사람은 자신만의 전자지갑에다 비트코인을 보관할 수 있다. 전자지갑 간 이동은 추적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거래소가 막히면 전자지갑을 통해 해외 거래소에 송금하고 거래하면 그만이다.

작년 12월 한국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가상화폐 규제책을 내놓았다. 사람들은 이때마다 가격이 내려갔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첫 번째 가상화폐 폐쇄설이 나왔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 대비 30% 넘게 폭락했지만, 이는 한국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 외신들은 단 한 곳도 한국 규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가격 급등에 따른 조정이었을 뿐이다.

두 번째로 한국에서 거래소 폐쇄가 언급됐을 때는 전 세계 가상화폐 가격이 내려갔다. 비트코인 가격은 순간 급락했고, 해외에서도 한국의 규제 소식을 주요하게 다뤘다. 하지만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상승하고 있다. 이는 규제의 효과가 없었던 게 아니다. 처음부터 규제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이런 면에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성격을 가진다. 한 국가나 정부에 귀속된 자산이나 화폐로 보기 어렵다. 컴퓨터가 있는 세상, 그 어떤 곳에서도 비트코인은 만들어질 수 있고, 거래될 수 있다. 이런 아나키스트적인 자산을 자꾸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화폐처럼 생각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접근법 자체부터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트코인은 만들어질 때부터 ‘투기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화폐는 기본적으로 필요할 때 찍어낼 수 있는 ‘무한성’을 가져야 하는데, 예컨대 비트코인의 채굴량은 2100만 비트로 제한돼 있어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가상화폐가 투기성을 띠는 것은 무엇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은 ‘흑수저’가 단번에 ‘금수저’가 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는데, 실제 그런 색채를 띠고 있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런 태생적인 문제를 자꾸 기존의 법적인 틀로 규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시장은 규제를 피하려 ‘꼼수’를 만든다. 결국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미국의 온라인 투자전문 매체 시킹알파(Seeking Alpha)는 많은 논란 속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많은 증권사가 비트코인 선물을 거래하려 대기하고 있고, 둘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와 발전은 계속될 것이며, 셋째 비트코인이 광범위하게 통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요약했다. 특히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진다. 최근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언젠가 비트코인이 페이스북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주목한 것은 ‘탈중심화’를 의미하는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었다.

정부가 비트코인을 제대로 규제하려면 가상화폐 시장의 구조와 성격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투자 자산인 주식, 부동산, 외환 시장 등을 다뤘던 방식으로 근접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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