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아시아 최초 백혈병신약’의 불운과 긍정적인 신호

입력 2018-01-0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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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 '슈펙트' PMS 건수 미충족→식약처, 기간 연장ㆍ조사건수 경감 허용..2016년 1차치료제 인정 이후 매출 가속도

‘아시아 최초의 백혈병신약’ 일양약품의 ‘슈펙트’가 발매 이후 6년 동안 처방 부진으로 시판 후 조사 건수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슈펙트의 처방 현황과 환자 수 등을 고려해 조사

기간 연장과 조사 건수 감경을 허용했다. 슈펙트의 1차 치료제 지위 획득 이후 매출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회사 측 입장에선 위안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슈펙트의 시판 후 조사 기간을 3년 연장하고 조사 건수는 3000건에서 300건으로 줄여주기로 결정했다.

시판 후 조사(PMS, Post marketing surveillance)는 새로운 유형의 의약품은 허가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한 이후 안전성ㆍ유효성, 부작용 등 자료를 제출해야만 재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원칙적으로 신약은 6년 동안 3000건 이상, 개량신약은 4년 동안 600건 이상 시판 후 조사를 해야 한다.

지난 2012년 1월 국산신약 18호로 승인받은 슈펙트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사용하는 약물이다. ‘아시아 최초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시장에 등장했다.

당초 슈펙트는 시판허가를 받으면서 6년 동안 3000건의 PMS를 진행하도록 약속했지만 기한내 조사 건수를 채우지 못했다. 슈펙트 처방 환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슈펙트의 재심사 기간은 올해 1월4일까지다.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PMS 건수 조정을 요구했고 식약처는 최근 전문가 자문회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시판 후 조사 계획서 변경의 타당성 여부를 논의했다.

식약처가 공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추가 조사기간 3년 동안 300례 이상의 PMS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당시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일양약품 측은 슈펙트의 환자가 부족해 당초 약속한 PMS 의무 건수를 채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일양약품은 지난 6년 동안 105건의 PMS 자료를 수집했다.

글리벡(이매티닙)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후 2차 약제가 많이 나온 상황에서 의료 현장에서 해외 데이터가 부족한 슈펙트를 선뜻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제기됐다.

슈펙트의 경쟁약물로는 BMS의 ‘스프라이셀’과 노바티스의 ‘타시그나’가 꼽힌다.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 모두 당초 슈펙트와 같은 2차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슈펙트가 발매되기 직전 초기 환자에도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아 1차 치료요법으로 승인이 났다.

슈펙트는 2015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새로 진단된 만성기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 (Ph+CML) 성인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1차치료제 처방이 가능하도록 허가사항이 변경됐고 2016년 2월부터 건강보험급여 대상도 1차치료제로 확대됐다.

2차치료제 용도로만 사용이 가능한 기간 동안에는 환자 모집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일양약품은 매년 발생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신규 환자는 약 400명, 2차 치료 환자는 약 53명으로 추정했다.

‘아시아 최초의 백혈병치료제’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발매됐지만 한정된 시장에서 다국적제약사들가 내놓은 경쟁 약물이 시장을 선점, 슈펙트의 영향력이 확대되지 못하고 PMS 의무건수도 채우지 못하는 불운이 겹친 셈이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은 일양약품 측이 요구한 PMS 건수 조정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단했고 환자 수와 슈펙트의 처방 건수 등을 고려해 PMS 기간 3년 연장에 총 300건 이상의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슈펙트는 행정처분 위기를 모면했다. 신약 등의 재심사에 필요한 자료의 일부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조사대상자의 수가 부족한 경우 포함) 판매업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받는다. 행정처분 기간에도 자료 제출에 실패하면 2차 처분으로 판매금지 6개월 처분이 이어진다. 2차 처분 기간내에도 재심사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허가가 취소된다.

일양약품 측은 3년 이내 PMS 자료 수집이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처방 현장에서 슈펙트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슈펙트는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1차치료제 지위 인정 이후 뚜렷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분기별 '슈펙트'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분기별 '슈펙트' 매출 추이(단위: 백만원, 자료: IMS헬스)

의약품 조사 기관 IMS헬스 자료에 따르면 슈펙트는 지난해 3분기 12억6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72.1% 늘었고, 2014년 3분기보다 4배 가량 증가하며 발매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억원을 넘어섰다.

슈펙트는 발매 이후 2015년까지 연 매출 1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2016년 26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50억원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6년 1차치료제로 보험급여를 인정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처방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일양약품이 지난 6년 동안 진행한 슈펙트의 PMS 105건 중 절반 이상인 57건이 최근 1년(2016년 11월~2017년 11월) 동안 수집됐다. 슈펙트가 사실상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처방 환자가 추가될수록 매출은 더욱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일양약품은 올해 슈펙트의 매출이 약 7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슈펙트의 마케팅과 영업은 대웅제약이 담당한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슈펙트는 경쟁약물에 비해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많지 않지만 중증 질환에 사용되는 약물이어서 다국적제약사 제품 처방이 지속되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1차치료제 보험급여 인정 이후 처방 환자 수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매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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