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비트코인의 가격이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30%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가 해외보다 과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커뮤니티에선 이를 '김치 프리미엄'이라며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높은 프리미엄이 계속되는 이유는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싸도 오를 것"…투자자 기대감 한몫 = 2일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과 홍콩 거래소 비트피넥스의 비트코인 가격은 각각 1만7600달러, 1만3518달러로 두 거래소 간 가격 차이는 약 30.19%(2일 오전 9시20분 기준)다. 원화로 환산하면 빗썸은 약 1878만 원(환율 1067원), 비트피넥스는 1442만 원이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은 빗썸 105만4000원, 비트피넥스 81만4200원으로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29.63%비쌌다. 라이트코인은 빗썸 31만3550원, 비트피넥스 22만6750원으로 프리미엄이 30.06%였다.
업계에선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거래소보다 비싸게 거래하는 원인으로 투자자들의 상승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에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 고점대비 하락했음에도 국내에선 하락 후 반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 심리가 우세할 때,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국내 시장은 해외 시장에 대해 둔감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해외가 크게 하락할 때 국내에선 오르는 현상까지도 종종 나타난다.
◇재정거래 일일 한계치 도달 = 만약 해외 거래소에서 계정을 갖고 있으면서, 달러 계좌로 가상화폐를 살 수 있는 투자자들은 프리미엄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이를 재정거래(裁定去來·Arbitrage) 또는 차익거래라고 한다.
미국 거래소인 지닥스(GDAX)에서 1비트코인을 1만3597달러(1447만 원)으로 사 국내 거래소에 전송한 후 1880만 원에 팔면 30%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다만 고려해야할 점은 남아있다.
전송 도중 급락했을 때 손실 가능성이 고려해야한다. 특히 비트코인은 최근 전송에 3일~일주일 걸리는 등 전송 지연이 상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위험은 더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마진거래(공매수·공매도)가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마진거래를 전면 중단케 했다.
일각에선 30%의 급락이 나오지 않으면, 손실을 보지 않기 때문에 해외계좌가 있는 투자자로선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재정 거래를 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아 국내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개인은 일일 가상화폐 전송량이나 은행간 송금량이 한도가 있어, 개개인이 재정거래로 프리미엄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기업 수준의 차익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바침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고 프리미엄, 하락장 주의해야 = 프리미엄은 상승장에선 문제될 것이 없지만 하락장에선 주의가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락장에선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시세가 더 낮아지는 이른바 '역프리미엄'현상도 나온다. 국내에선 해외 하락분과 함께 프리미엄 부분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국내 투자자가 해외 투자자보다 더 큰 급등락을 맞을 수 있다.
급락장에서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어 애초에 세운 계획을 무시한 매매가 이뤄질 수 있다.
트레이딩 전문가들은 급등락에서 손실을 줄이는 방법은 매매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기 시장 진입 투자자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분할매수·매도법’이다.
총 투자금액을 한번에 매매하지 말고 일정 비율로 나눠 투자해 등락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예컨대 총 자금이 100만 원일 경우 5만 원씩 20회나 10만 원씩 10회로 기각별로 나눠 살 경우 급등락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 트레이딩 전문가는 "매매 전략을 세우고 대응 전략을 실행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락장에서 분할 매매할 경우 평균 매매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