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태양광 전지,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할 땐 미국 내 관련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갖춘 한국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내 관련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9일 발간한 ‘미국 세이프가드 판정품목에 대한 한·미 간 수출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16년 만에 꺼내든 세이프가드가 미국 내 산업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한·미 간 수출경쟁력 비교를 통해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이프가드란 수입제품으로 인해 자국 제조업체가 손해를 보았을 때 자국 정부가 발동하는 특별 관세나 물량 할당 등의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말한다.
미국은 태양광전지와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각각 2018년 1월과 2월에 결정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태양광전지는 수입 규모가 늘지 않은 데 비해 수출 규모가 확대했다. 지난해 국내 태양광전지 수출의 68%가 미국으로 수출(13억 달러)됐다. 현재 태양광전지는 관세율이 0%다. 미국 내 한국 제품의 태양광 전지 시장 점유율은 2012년 5.7%에서 2016년 12.9%까지 두 자릿수로 상승했지만 미국 제품의 생산 능력은 2012년 22.8%에서 2016년 16.9%로 축소됐다.
세탁기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 세탁기의 대미 수출물량은 2012년 160만 대에서 2016년 320만 대로 2배 증가했다. 이에 한국 세탁기의 미국 시장점유율도 2012년 22.1%에서 2016년 35.2%로 증가했다. 반면 미국 시장 내 1위 기업인 월풀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40%에서 2016년 35.2%로 하락했고, 4위 기업인 켄모어도 2012년 16.5%에서 2016년 10.5%로 감소했다.
신동진 경제분석관은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는 미국의 태양광과 세탁기 기업들이 세이프가드를 통해 한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 입지 회복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오히려 수입규제 조치는 경쟁력이 향상된 한국 제품의 가격상승을 초래해 미국 내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