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실효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며 조사대상 61개국 중 3위에 올랐다. 북한 리스크가 잠잠해진데다 경상수지 흑자와 경제성장률 호조 등으로 원화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이 가팔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가파른 절상은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등으로 당국이 당장 손 쓸수 있는 수단이 많지는 않지만 쏠림 현상시 시장 안정화조치에 나서는 등 노력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변국인 중국은 0.09%(0.11포인트) 떨어진 121.39를, 일본은 0.11%(0.08포인트) 내린 73.67을 기록했다. 특히 일본은 2015년 12월(71.56) 이후 1년11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엔·원 실질실효환율은 153.37로 2015년 11월(156.54) 이후 2년만에 가장 높았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1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의미며, 낮으면 저평가 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승세는 11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월대비 2.3%(26.53원) 급락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2015년 5월(1091.27원) 이후 2년6개월만에 최저치며, 월별 하락폭도 2월(-3.4%, -40.18원)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추석이후 북한 리스크 요인이 사라지고 국내 성장률이 좋게 나오면서 원화가 절상된 요인이 가장 크다”며 “반면 원화 실질실효환율에 영향력이 큰 유로화는 완화정책 정상화 기대로 상승했다가 주춤한 모습이고, 일본도 완화정책을 추진하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주요국 통화가 강세를 보인 가운데 원화 강세가 유독 컸다. 펀더멘털상 경상수지 흑자 등 요인이 작용한데다 북한 리스크 외에 특별한 쇼크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미국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외환당국이 개입하기 어려웠던 면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절상 폭은 우리 경제가 버텨낼만한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이같은 절상이 장기화하면 수출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할 것으로 봤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원화가 그간 저평가 상태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절상은 견딜수 있는 수준이다. 또 세계경제 호조로 원화절상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상쇄해 왔다. 다만 장기화할 경우 수출경쟁력이나 수출물량 위축과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대응할만한 조치가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다. 쏠림현상 발생시 시장안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정도”라며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데 단시간내에 되는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