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캐나다에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자국 기업인 보잉의 손을 노골적으로 들어준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불법 정부 보조금과 덤핑을 이유로 봄바디어에 292% 관세를 부과한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자국 산업에 피해가 갔다고 인정하면 내년 2월 봄바디어에 정식으로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관세 대상이 된 것은 100~150석 규모의 소형 항공기인 C시리즈다. 상무부는 반덤핑 관세로 79.82%, 캐나다 정부로부터의 불법 보조금을 이유로 상계관세 212.39%를 각각 부과했다.
앞서 봄바디어는 지난해 4월 미국 델타항공으로부터 C시리즈 75대를 수주했다. 기체가 아직 인도되지 않았지만 보잉은 봄바디어가 불법 보조금을 바탕으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수주했다며 상무부에 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봄바디어는 대당 2000만 달러(약 216억 원)의 가격을 제시했는데 이는 예상비용인 3300만 달러를 크게 밑도는 것이라고 보잉은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결국 보잉의 편을 들면서 캐나다와의 무역 긴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ㆍNAFTA) 재협상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 관세 폭탄을 터뜨렸기 때문, 이를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면서 나프타 재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캐나다는 봄바디어 문제를 제기한 보잉에 대해 F/A-18 슈퍼호넷 전투기 구매를 이달 초 취소하는 등 이미 보복에 나섰다.
데이비드 맥노튼 미국 주재 캐나다 대사는 이번 주 연설에서 “ITC가 보잉에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며 “캐나다가 WTO에 이 건을 정식 제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보잉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캐나다로부터의 수입이 실질적인 피해를 준다고 주장한 것은 기본적으로 억측에 불과하다”며 “이는 미국법과 국제법 모두를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