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활화학제품 안전 논란 사례는 정부가 소비자의 불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입장을 조금씩 변경해 불안과 불신을 오히려 가중시킨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20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의 생활화학 안전관리 대책 이행 현황의 점검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행하고, 가습기살균제 사고 이후 정부가 두 차례 제시했던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점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생활화학용품 제품의 상시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자 소비자 위해감시시스템을 사전 모니터링 체계로 전환하고 소비자보호원을 중심으로 소비자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관계부처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생활화학용품의 안전성 논란에 대한 사후대응은 소비자원이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앞서 정부는 2011년 신규 생활화학용품이 출시될 때 ‘생활용품전문위원회’를 신설해 관리 방향과 소관부처를 결정했으나 제품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보고서는 2011년 이후 마련된 2016년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 종합대책에서도 정부의 대책 이행이 미흡해 정부가 ‘리스크 거버넌스’의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경 조사관은 “생활화학제품 안전 논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소관 부처와 역할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도록 하고, 평가와 커뮤니케이션은 타 기관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소비자의 화학제품이용에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공포를 구분할 수 있도록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사건 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가 지난 정부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잘못 처리했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정부의 생활화학용품 대책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를 팀장으로 하는 공정위 TF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공정위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체적·절차적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공정위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정부에서 처벌을 면제받은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해 재조사를 거의 마쳤으며,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기자회견장에 나와 “조직의 대표로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