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회사가 정면 충돌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이른바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과 관련한 비판을 이어가자,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민간 금융사 이사진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오히려 특정 지역·대학 출신 중심으로 결집된 금융인회(會)가 금융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배후설로 맞받아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내년 1월 금융지주사 경영권 승계 절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운영 등에 대한 검사를 공식화하자,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를 중심으로 ‘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최고경영자(CEO) 셀프 연임 논란을 개선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적 방향은 공감하지만, 특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놓고 CEO를 마음대로 교체하거나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지원하는 등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CEO 셀프 연임 논란’을 바로 잡겠다는 이면에, 매번 정권 초기에 반복됐던 특정 지역이나 대학을 중심으로 결집된 금융인들의 모임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잇따른 셀프 연임 작심 발언에 이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간담회 발언,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행정지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고려대 출신들이 금융 실세로 뜨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고려대학교 출신 금융인들의 약진이 ‘우연의 일치’로만 해석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같은 연결고리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경영학과 61학번),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경영학과 74학번), 최종구 금융위원장(무역학과 76학번)이 중심에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금융권 실세로 통했던 김 전 회장은 새정부 출범 이후 한국투자금융지주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금융권에 재등장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전 회장의 금융권 복귀가 장 실장과의 인연을 통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김 전 회장이 장 실장에게 하나금융지주 출신인 최흥식 금감원장을 추천했다는 설이 확산되면서 정치금융 부활을 예고했다. 하나금융지주 안팎에서는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고문을 맡고 있을 때 김정태 회장을 배제하고 당시 최흥식 하나금융 사장과 경영 현안을 논의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여기에 KTB투자증권의 권성문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 간 경영권 다툼에 김승유 전 회장이 회자되면서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표적인 김승유 사단 멤버로 불린다. 2004년 이 부회장이 대표로 있던 다올부동산신탁은 하나은행이 지분 참여를 했고 2010년 하나금융에 인수됐다. 이후 이 부회장은 하나금융 그룹장으로 영입돼 부동산 사업을 진행했다가 김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자 동반 퇴진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최근 일련의 금융권 인사에서 고대 출신 3인방은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쳤다”며 “새정부 들어 표면적으로는 정치금융 행태가 수그러졌다고 하나, 내면에서는 금융산업을 마치 전리품인 양 나눠먹기식의 ‘적폐’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