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자발적인 재벌 개혁을 주문했다. ‘몰아치기식 재벌개혁 자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14일 세종시 소재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각 그룹이 가진 문제점은 그룹에서 더 잘 안다”며 “중요한 것은 해결 방법을 실행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때리기’라는 시선을 의식한 듯 “취임 초기에 팔을 비틀어 하는 개혁은 시간이 지나면 실패하는 길로 들어선다”며 “(정부 출범) 6개월 이내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발상으로 지난 30년간 실패했다. 절대로 그렇게 가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위원장은 6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경영진에 재벌 개혁을 위한 자발적인 모범 사례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의 사례를 예로 들며 “삼성 문제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관계”라며 “공정거래법을 바꿔 금산분리 규제를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보지 않는다. ‘금융감독통합시스템’이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의 중요한 과제로 재벌 개혁과 갑질 근절을 꼽고 “특히, 경제민주화 본령은 갑질 근절에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 개혁이 내 삶과 무슨 상관이냐는 냉소적인 태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없다”며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고, 우리 사회를 평평하게 하는 갑질 근절이 먼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내년 신고 민원 사건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접수됐지만 공정위 캐비닛에 묵혀 있는 장기 사건을 내년 상반기까지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마련한 ‘로비스트 규정’에 대해서는 “사전이 아닌 사후적 확인 장치”라며 “외부인을 만나고 나서 보고서로 기록을 남기는 데 5분이 채 안 걸린다”고 했다. 이어 그는 “로비스트 규정이 외압까지는 통제할 수 없지만 성긴 그물을 여러 개 만드는 게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다”고 했다.
공정위 정기 인사와 관련해서는 “어공(어쩌다 공무원) 위원장으로 내부를 잘 몰라 인사를 미뤘다”며 “6개월 정도 지나 이제 때가 됐다고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남은 임기 동안 변화된 모습을 알 수 있냐는 질문에 “(제가) 공정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재벌 지배구조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