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 수출의 ‘혈관’…SK인천석유화학 부두를 가다

입력 2017-12-14 11:00 수정 2017-12-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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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돼 있습니다. 모든 파이프라인 관리는 모니터에서 가능하고 현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50만 평 규모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600명뿐 입니다"

▲SK인천석유화학 전경사진(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인천석유화학 전경사진(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밀림 속과 같았던 파이프 정글=14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을 방문했다. 여의도 전체 규모의 절반 수준인 50만 평의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은 마치 ‘파이프 정글’ 같았다. 그러나 점심을 먹으러 가는 직장인들로 빽빽한 여의도와는 달리 하루에 27만 5000배럴의 초경질 원유기반 정제능력을 갖춘 SK인천석유화학 부지엔 어딜 가도 하얀색 파이프 라인들만 보였다.

SK인천석유화학의 파이프라인이 조종실에서 컨트롤된다. 조종실에서 아로마틱 공장 파이프라인을 담당하는 신광재 아로마틱3팀장은 “365일 24시간 이곳(조종실)에서 상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팀으로 구성된 조종실에선 4명이 모니터를 보고 현장을 관찰했다. 조종실 안 벽면은 크고 작은 모니터 화면들로 가득해 어느 것을 먼저 봐야할 지 모를 정도였다. 신 팀장은 “현장에서 생긴 문제도 바로 조종실에서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종실을 나와 버스를 타고 공장을 돌던 중 “이곳에 파라자일렌(PX) 생산 공장입니다”라는 말에 눈이 돌아갔다. PX는 SK인천석유화학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일등공신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13년 SK에너지에서 독립해 출범한 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왔다. 적자의 늪에서 SK인천석유화학을 구해낸 것이 바로 PX 공정이다. 1조6000억 원의 투자액으로 PX 공장을 증설한 SK인천석유화학은 제품 생산 규모를 연간 130만 톤(t)으로 늘리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익 374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PX 생산은 크게 두 체임버(Chamber)에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PX 공정 근처는 원통 모양의 탱크들과 성인 두 명이 안아도 손이 닿지 않을 만큼 굵은 파이프가 가득했다. 관계자는 “PX 생산의 시작은 원유정제부터 시작된다”며 “정제를 통해 나온 나프타, 그 중 중질 나프타는 공장 내 BTX(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 공정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BTX 공정을 거쳐 나온 자일렌이 PX 체임버로 들어가서 최종 제품으로 탄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설비와 파이프는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맨 처음 공장을 건설했을 때만 해도 주변이 논밭이었다”는 관계자의 설명과 달리 현재 SK인천석유화학 공장은 도심 속에 위치해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 환경과 안전에 더욱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 것. 관계자는 “주민들과 공생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약 3000억 원 규모로 ‘안전환경보건(SHE)’에 투자를 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길 노력하겠다’라는 포부를 지닌 SK인천석유화학은 봄철 인천 벚꽃 명소 베스트 5위로 선정됐다.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이어지는 수출행렬=정문에서 약 8km 떨어진 곳에 SK인천석유화학의 부두가 위치해 있다. SK인천석유화학에선 총 4개의 부두가 운영되고 있다. 기자가 설명을 들은 곳은 제2부두로 1992년 증설을 해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다. 당시 선적돼 있던 배는 중국 대련항으로 가는 PX 제품을 선적한 1만 톤급 ‘뉴 스타(New Star)’ 선박으로 배의 끝에서 끝을 보기 위해선 부두를 따라 걸어가야 할 만큼 거대했다.

김홍섭 SK인천석유화학 운영2팀 총기술장은 “SK인천석유화학은 2013년 밸류업(V)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부두를 인수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평균 85만 배럴의 파라자일렌이 이곳 항구를 통해 수출되고 있다. 95% 이상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나머지 5%는 SK에너지를 통해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13일 SK인천석유화학 운영2팀 김홍섭 총기술장이 부두 운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뒤로 보이는 기다란 기둥들이 바로 로딩암이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13일 SK인천석유화학 운영2팀 김홍섭 총기술장이 부두 운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뒤로 보이는 기다란 기둥들이 바로 로딩암이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부두에선 거대한 낚싯대처럼 생긴 설비를 볼 수 있었다. ‘로딩암(Loading arm)’이라고 불리는 이 설비는 육지의 석유제품 탱크에서 유조선으로 제품을 주입하는 역할로 시간당 약 5000배럴을 배에다 선적할 수 있다. 김 총기술장은 “고품질 99.6%의 순도를 유지하기 위해 파라자일렌과 벤젠은 단독으로 운영되며 부두 운전 45년 이래 한 번도 유출 사고가 없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인적이 드문 건 부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총기술장은 “부두별로 1명의 근무자가 배치되며 모든 시스템은 율도 탱크 기지에 위치한 헤드 오피스에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선적에는 선원과 감독자가 관리하고 있다.

부두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부두를 “인간의 신체라고 따졌을 때 우리는 ‘혈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PX 시황이 좋아지면서 SK인천석유화학 부두에는 하루 한 척꼴로 접안한다고 한다. 관계자는 “처음에는 6만 톤의 배 3척을 1, 2, 4 부두에 걸쳐서(PX는 3부두에 접안이 불가하다고 한다) 접안했는데 지금은 3부두에서 30만 톤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부두를 둘러보고 공장 정문으로 돌아가는 길엔 기다란 파이프관이 버스를 따라 길게 이어졌다. 굵은 관을 토대로 중간중간 약 10개 정도의 밸브들이 설치돼 있었다. 부식 등 외부 위험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계자는 “오히려 외부에 노출이 됐을 때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어 더욱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부두, 해외 시장까지 SK인천석유화학의 파이프는 길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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