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부자들이 람보르기니와 부가티, 페라리 등 초호화 슈퍼카에 흠뻑 빠졌다. 중동의 불안정한 투자환경 속에서 부자들이 럭셔리 자동차를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업체들이 이 지역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두바이의 관광명소인 쥬메이라비치 도로는 전 세계 슈퍼카들의 전시장처럼 변했다. 이곳은 일반 도로여서 슈퍼카들이 제 속도를 절대 낼 수 없다. 그러나 중동 부자들이 슈퍼카를 구매하는 것은 단순히 속도를 즐기거나 부를 과시하려는 목적에서만은 아니다.
수년간 계속된 저유가, 예멘 내전에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에 이르기까지 중동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지면서 이 지역 부자들이 희소성이 있는 자산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중동 부호들은 희귀한 미술품에서 최고급 보석과 호화요트,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의 펜트하우스 등 전 세계 럭셔리 자산을 왕성하게 사들이고 있다. 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인 4억5030만 달러(약 4919억 원)에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살바토르 문디’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바데르 빈 압둘라 왕자를 대리인 삼아 아부다비 문화관광부가 구입했는데 이 또한 이런 중동 부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자들이 슈퍼카에 주목하게 된 것도 바로 희소성 때문이라고 WSJ는 강조했다. 럭셔리 자동차업체들이 특정 모델을 한정판 수량, 심지어 세상에서 단 한 대만 생산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슈퍼카의 가치가 나중에 크게 뛸 수 있다는 기대를 고조시켰다.
맥라렌은 최근 한 아랍에미리트(UAE) 부자 고객을 위해 최신 720S 차종의 세계 유일 한정판을 생산했다. 검은색의 해당 차량은 바퀴와 엔진 ‘열 차폐장치(Heat Shield)’ 등 곳곳을 24K 금으로 장식했다. 이 자동차 가격은 50만 달러에 이른다.
애스턴마틴은 지난달 인테리어를 진주로 마감한 ‘뱅퀴시 S’ 한정판 10대를 중동에서 약 45만 달러에 출시했는데 전부 매진됐다. 007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오는 클래식 카로 유명한 애스턴마틴은 중동 고객 중 2명은 각각 대당 220만 달러 이상에 자신들만을 위한 자동차를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럭셔리 자동차 전문 튜닝업체 브라버스그룹의 보도 부쉬만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슈퍼카는 ‘차고의 금(Garage Gold)’과 같다”며 “이들 슈퍼카는 가격이 100만 달러를 쉽게 넘기며 또 매일같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약 44만 달러에 팔렸던 애스턴마틴의 ‘밴티지 자가토’ 차량은 최근 중동에서 주인이 바뀌면서 가격이 110만 달러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중동은 가격이 최소 25만 달러가 넘는 초특급 럭셔리 차량의 세계 1위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두바이에서 200대 이상을 판매했다. 이는 2015년의 약 160대에서 늘어난 것이다. 롤스로이스의 신차인 ‘로이스팬텀 8세대’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이지만 중동에서는 이미 예약 판매분이 매진됐다. 애스턴마틴의 올해 중동 판매량은 약 250대로, 전년보다 10~15% 증가할 전망이다. 맥라렌의 올해 판매 증가율은 1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