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국환중개 사장,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 국제금융센터 부원장.
이들 자리가 잇따라 공석이 됐거나 공석이 될 예정인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한은이 출자했거나 출자한 회사가 전액출자해 이들 자리가 한은 몫으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그간 한은 부총재보(이하 보)나 국장급에서 이들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인선 구상에 따라 한은 내부 인사폭도 덩달아 커질 수 있다.
마침 한은의 정기인사도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다. 내년 3월말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재 입장에서는 그간 보필해준 후배들을 챙길 수 있고, 임기말 소위 레임덕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이에 따라 관심은 지난 2일 임기만료로 퇴임한 정희전 외국환중개 사장 후임 자리로 쏠린다. 그간 유력하게 거론됐던 임형준 보가 고사하면서 다음 순번인 허진호 보와 전승철 보 이름이 자연스레 오르고 있다.
현역이 옮겨갈 경우 결국 보 두 자리가 빈 다는 점에서 후속 인사 폭도 커질 수 있다. 그렇잖아도 인사적체가 심한 한은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다만 이들 임기가 각각 2019년 7월까지로 보 임기 3년 중 절반을 채우지 못한 점은 부담이다. 아직 앞날이 창창(?)해서다.
실제 이 총재 재임기간 중 금융결제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이흥모 전 보 역시 임기를 1년7개월 채운 2016년 3월 퇴임한 바 있다. 그는 또 한은 국장으로 정년퇴직한 다음 1개월 후 보에 올랐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허 보나 전 보와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고 국장급 인사를 앉히기도 부담이다. 외국환중개 쪽에서도 임원급인 보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사장은 보에 오르지 못한 한은 국장 출신이다. 그는 한은 국장 퇴임후 국금센터 부원장을 거친 후 외국환중개 사장에 올랐다.
현역 출신이 옮겨가기 위해서는 공심위를 거쳐야 하는데다 사전에 퇴직해야하는 리스크도 있다. 앞서 이 전 보도 결제원장으로 옮겨가기까지는 퇴직 후 한 달이라는 공백이 있었다.
현재 12월 공심위에 허 보나 전 보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고 이들 역시 퇴임할 것이라는 소식은 아직 없다. 그만큼 외국환중개 사장 공석이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한은 퇴직자들의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이 경우 이광준 전 보가 1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전 사장이 외국환중개 사장에 오를 당시 사실상 1순위 후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는 박근혜정부 시절로 그가 호남(전남 진도) 출신이라는 점을 빌미로 막판 인선에서 밀렸다는 후문이다.
그는 2012년에 보에서 퇴임해 공심위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그간 하나카드 감사로 재직하다 올해 중반 물러난 바 있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이상우 국금센터 부원장도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가 외국환중개 사장에 오를 경우 한은 국장 출신이 국금센터 부원장을 거쳐 외국환중개 사장이 되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이 총재는 이미 신임 사장직 후보를 청와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인사들로 후보군을 선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금센터 부원장 인선도 관심사다. 한은 국장 출신 몫이라는 점에서 보로 승진하지 못한 고참 국장급 인사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