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기업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락해 과징금을 깎으려 한 대형 로펌 소속 전관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공정위는 3일 시멘트 제조사 담합 사건에서 성신양회 대리인을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A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와 후속 조치 등을 대한변호사협회에 의뢰했다. 공정위가 피심인(공정위 조사를 받는 대상자)의 대리인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변호사는 ‘공정위 전관’ 출신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시멘트 담합이 적발된 성신양회에 과징금 436억5600만 원을 부과했다. 이후 A변호사는 적자 재무제표를 제출하며 이의 신청했고, 결국 지난 6월 과징금을 218억2800만 원으로 감경받았다. 부담 능력이 없는 경우 과중한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다는 고시에 따른 조치다.
문제는 A변호사가 공정위에 제출한 손익계산서는 공정위에 납부할 과징금을 비용에 미리 반영해 적자가 나도록 조정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후 공정위는 올해 2월 과징금 감경을 취소했다. 성신양회는 서울고법에 공정위 처분 무효 소송을 냈지만 서울고법은 10월 성신양회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A 변호사가 진실 은폐와 거짓 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는 변호사법과 변호사윤리장전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보고 대한변협의 징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정위 직원이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고, 누락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잘못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A변호사가 과거 공정위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이른바 ‘전관’이라 예우를 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선반영 확인을 못한 공정위의 책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