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부부였던 니콜 키드먼이 남편 톰 크루즈를 향해 던진 사랑의 고백이었다. 사랑의 독성으로부터 벗어난 덕분인가, 고백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남남이 되었다.
나이 들어갈수록 멋스러움을 더해가는 숀 코넬리와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미셀 파이퍼 주연의 영화 ‘러시아 하우스’(1990년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했던 사랑 고백도 인상적이었다. 다소 복잡하게 얽힌 영화 줄거리는 거의 잊어버렸지만, 마지막 대사만큼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 영국을 등진 채 유럽을 떠돌며 글로벌 시민을 자처하던 숀 코넬리는 뜻밖에도 소련의 반체제 지식인의 오랜 연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생사의 고비를 넘어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해후하게 된 두 사람. 숀 코넬리가 미셀 파이퍼를 품에 안으며 귓속에 속삭인 말은 “유 아 마이 컨트리(You are my country, 당신은 나의 조국이요)”였다.
윌리엄 허트, 캐서린 터너, 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영화 ‘우연한 방문객’(원제 The Accidental Tourist, 1988년 작품)에도 가슴 먹먹해지는 고백이 등장한다. 윌리엄 허트와 캐서린 터너는 누가 보아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부부로 ‘저 푸른 초원 위 그림 같은 집’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부부는 자신들의 실수로 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서로를 원망하며 냉랭한 부부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엄 허트는 우연히 지나 데이비스를 만난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천식으로 고통받는 아들과 함께, 마치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투어리스트(여행객)’처럼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중이었다. 누가 보아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퀄키(quirky, 네이버 사전에는 꾀바른, 변덕스러운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그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묘한 매력을 지닌이란 뉘앙스에 가까운 단어)’한 여자 지나 데이비스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받으며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윌리엄 허트.
지나 데이비스를 위해 우아한 아내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 윌리엄 허트에게 아내가 비난을 쏟아낸다. “우리는 서로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지.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하지만 당신은 그녀가 누군지 알지 못해.” 윌리엄 허트는 아내를 향해 조용히 읊조린다. “당신은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이젠 서로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중요치 않아. 그보다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나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더 중요하지.”
“사랑이란 풍덩 빠지는 줄만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스며들기도 하네요.” 누군가 포스팅했던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1998년 작품) 속 대사다.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부부 사이에 새삼스럽긴 하지만 살갑게 사랑을 고백해봄은 어떨는지. 이왕이면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나만의 대사(臺詞)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