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이 금융시장을 넘어 학계로도 번지고 있다. 학계에서도 ‘크립토커런시(암호화된 화폐)’와 ‘토크노믹스(토큰+이코노믹스)’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토크노믹스란 가상화폐가 적용돼 형성된 경제 생태계를 말한다. 가상화폐와 그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술, 토크노믹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이에 주요 대학에서도 관련 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추세다.
미국 뉴욕대학교(NYU)는 가상화폐 교육의 선두 주자다. 2014년 데이비드 예르맥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주요 대학 최초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분야의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그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규정 및 세금 등을 교육받은 사람에 대한 엄청난 수요에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예르맥 교수는 뉴욕에서뿐 아니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로테르담과 스위스 바젤, 스웨덴 스톡홀름의 대학 등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가상화폐 분야를 강의하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닌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야이다. 블록체인이란 가상화폐 거래를 기록하는 공유 거래 장부이다. 비트코인에서 사기성을 제거하고 거래를 신뢰할 수 있는 것도 블록체인 덕분이다. 블록체인을 금융 거래정보, 의료기록 등 모든 암호화된 데이터에 적용하면 사기나 기타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비트코인 거래를 넘어 금융 서비스와 소매업 등 모든 분야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조차도 “블록체인은 훌륭한 기술이며 다른 분야에서도 유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르맥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이 모든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며 “세계 모든 중앙은행은 블록체인을 주시하는 팀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교육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예르맥 교수가 처음 해당 코스를 시작했을 때 수강생은 수십 명에 불과했다. 올해에는 대기자까지 포함해 100명 이상으로 늘었으며 내년 강의 수강 신청에는 300명 이상이 몰렸다. 그는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장 큰 강의실로 옮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예르맥 교수는 5년 내에 모든 대학이 블록체인 과정을 개설할 것으로 전망했다.
암스테르담대학 관계자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과정은 올해 세계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항목”이라면서 “내년에는 더 실용적인 과목들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학자들이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교재도 매년 다시 써야 한다. 예르맥 교수는 가상화폐공개(ICO)의 등장으로 올해 교과 과정의 많은 부분을 다시 썼으며 해마다 교재의 절반 이상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수진 확보도 쉽지 않다. 뉴욕대는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 관련 학부 과정을 신설할 계획이지만 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스탠퍼드대학교는 2년 전 교육 과정을 열었으나 올해 폐강했다. 핵심 강사가 강의를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과정을 가르칠 수 있는 강사는 ‘핫’한 엔지니어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몸값을 높이는 요소다. 블록체인 기술자 초봉이 25만 달러 이상이다. 기술자들이 시장의 좋은 조건을 뒤로하고 교육 현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낮다.
이러한 상황 탓에 ‘블록체인 인터넷 강의’도 등장했다. 영국 런던과 네덜란드 함부르크를 기반으로 하는 ‘B9랩’은 기술경영진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40시간 온라인 강의를 2350유로(약 300만 원)에 제공한다. 엘리스 하세 B9랩 공동설립자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밝혔다. 온라인공개수업(MOOC)에도 가상화폐 강의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 MOOC 플랫폼 코세라는 프린스턴대학과 협력해 가상화폐 기술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올리버 버스만 전 UBS은행 최고정보관리자(CIO)는 “토크노믹스와 가상화폐는 전체 산업을 변화시키며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