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금융이 신규 사장 선임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지원 전 사장이 떠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수장 공백 사태는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은 아직 신규 사장 선임을 위한 첫 단추인 사추위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사장 후보 공모는 이사회를 통해 사추위가 구성돼야만 비로소 돌입할 수 있는 만큼, 아직 사장 선출을 위한 얼개조차 갖추지 못한 셈이다.
총 7명으로 구성되는 사추위는 사측 상임·비상임이사 3명과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의 주주대표 1명, 언론사, 노동계 등 업계 대표 3명이 각각 나서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 전 사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위해 이달 1일 퇴임했는데도 한국증권금융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사장 선임을 손 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불거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내 사장 선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사추위 구성은 물론, 공모 후보의 적격성 심사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올해는 불과 한 달가량 남은 상황이기 때문. 한국증권금융 한 관계자는 “사추위 구성 인원의 절반 이상인 4명이 외부 인물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면서 “연내 사장 선임이 가능할지는 확답하기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한국증권금융의 사장 공석 체제가 장기화 양상을 띠면서 업무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간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시장 환경에 따른 사업구조 변화를 모색보다는 양적 성장을 통해 마진율 하락에 대응하는 전략을 추구해 왔다. 이에 안팎에서는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기존 업무의 효율성 높여야 할 필요성이 꾸준히 지적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가 도래하면서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위기 대응 부분에서 한국증권금융의 기능이 축소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비책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증권금융 노조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던 정 전 사장이 임기도 채우지 않고 거래소로 이동한 데 이어, 신규 선임 공백마저 길어지면서 경영 연속성이 훼손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