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이 연말 일몰된다는 소식에 ‘막차 타기’ 바람이 거세지면서 펀드 순자산이 16조 원에 육박했다. 2013년 9월 말 이후 최근 4년 중 최대 규모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묻지마식 투자 대신 장기투자 취지에 걸맞게 펀드 선택을 위한 혜안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해외주식 투자 비중 60% 이상인 공모펀드 순자산은 이달 22일 기준 15조957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2개월 전인 2013년 9월 말(15조9791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작년 말(11조4301억 원)에 비해서는 4조5000억 원 넘게 늘었다.
펀드 순자산이 급증한 데에는 비과세 혜택의 연내 종료 소식에 따른 불안감이 주효했다. 정부는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3000만 원 한도로 해외주식을 60% 이상 편입하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전용계좌를 통해 투자할 경우 10년 동안 매매·평가차익 및 환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내년 신규 가입한 펀드에는 이 같은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해외주식형 비과세 펀드의 인기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펀드의 설정원본을 보면 3월 말 12조9615억 원으로 연중 저점을 기록했고, 6월 말(13조386억 원)까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급증하면서 22일에는 14조2600억 원에 달했다.
글로벌 증시 호조와 이에 따른 펀드 수익률 상승도 인기몰이에 일조했다. 실제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2일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탈세계지수(MSCI all country world free index)는 연초 이후 17.88% 상승했다. 특히 중국(56.80%)과 베트남(48.76%), 인도(25.02%), 브라질(19.40%), 기타 국가(17.88%), 미국(15.54%), 일본(14.89%)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국내 역시 코스피지수가 ‘역사적 고점’인 2500선을 돌파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다만, 러시아 증시는 유일하게 큰 출렁임을 보이다 최근 보합 수준(-2.22%)까지 회복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장 10년간 장기투자인 만큼 펀드 선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민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일단 유망 투자지역을 파악한 후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목표수익률을 설정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며 “아세안이나 중국 등 신흥국이 유망해 보이고 러시아 역시 내년 유가 안정화가 기대된다는 측면에서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장은 “10년간 해외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률뿐만 아니라 장기 투자에 따른 위험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