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테러리스트 자율주행氏

입력 2017-11-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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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눈 뜨고 일어나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그리고 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공유경제 아이템이 쏟아집니다. 그뿐인가요. 자동차를 사람과 도로, 세상과 연결시키는 이른바 ‘커넥티드카’ 개념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한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의지를 지배하는 개념, 즉 패러다임(paradigm)으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합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때 하이브리드(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자동차는 전기차 시대 전까지의 과도기를 책임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장 점유 기간이 짧아지면서 과도기는 사실상 무의미해졌지요. 이제는 전기차 시대를 위한, 이른바 ‘인큐베이팅’ 도구 정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해 열광하면서 이들에 대한 부작용을 애써 외면하고 있으니까요.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도 입을 꾹 닫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사고 때, 즉 차체를 절단하고 탑승자를 구조해야 할 상황이 더 위험합니다. 자칫 부상자를 구조하다가 구급대원이 감전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일본 도요타는 일찌감치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하이브리드차의 구조 및 대응 매뉴얼을 교육하기도 했습니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역시 본사 지침에 맞춰 응급구조 매뉴얼을 만들고, 전국 119 구조대원을 대상으로 이를 교육하기도 했지요. 반면 우리나라는 사정이 어땠을까요. 기아차는 K5 하이브리드 출시 때 이를 간과했다가 여론에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지요. 요즘은 정신을 차렸는지, 사고 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 소방본부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과학과 첨단기술의 보편화는 이처럼 의외의 곳에서 대안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자율주행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총 5단계의 자율주행 가운데 우리나라는 레벨 3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네이버와 SK텔레콤, KT 등 IT와 통신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테러리즘에 의한 악용입니다. 레벨 5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없이 내비게이션에 특정 지역을 입력하면 목적지까지 설정한 속도로 달려갑니다. 만일 이런 자율주행차에 폭약이 가득 실렸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소장 전영선) 문헌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사고는 1904년에 일어났습니다. 놀란 운전자는 도망을 쳤고,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인사 사고를 낸 차에 달려들어 마구 몽둥이로 두들기고 이 차를 부쉈습니다. 지금 부지런히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앞으로 100년 뒤 우리 후손은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요.

중국은 폭발적인 자동차 수요 덕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도로는 아수라장입니다. 보급과 함께 수반돼야 할 자동차 문화의 발달이 더뎠기 때문이지요.

늦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되, 혹시 불거질 부작용에 대한 논의과 사회적인 합의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뤄져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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