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말봉(金末鳳·1901~1961)은 식민지 시기를 대표하는 대중소설 ‘찔레꽃’의 작가이자 해방 후 공창 폐지운동을 주도한 실천가이다. 1901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 함양군 안의면에서 성장했다. 본명은 말봉(末峰), 필명은 말봉(末鳳), 보옥(步玉)이다. 부산의 일신여학교(日新女學校)를 거쳐 서울 정신여학교(貞信女學校)를 1919년에 졸업했다.
그 뒤 황해도 재령의 명신학교(明信學校) 교원으로 근무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1923년 도쿄의 송영고등여학교, 1927년 교토의 도시샤(同志社)여자전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29년 중외일보 기자로 취직하고, 이듬해 부산에서 전상범(全尙範)과 결혼하였다.
1932년 김보옥(金步玉)이라는 필명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망명녀(亡命女)’를 응모하여 당선되었다. 1935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 ‘밀림(密林)’에 이어,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찔레꽃’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후에도 3쇄를 발행할 정도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게 된다. 김말봉은 1930년대 후반 “순수하게 흥미 중심의 통속성”을 갖춘 통속소설의 유행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1936년 남편과 사별 후 1937년 이종하와 결혼했다. 하지만 그 후 해방이 될 때까지 일본어로 글쓰기를 거부하여 작품 활동을 중단한다.
해방 후 1947년 부인신보에 ‘카인의 시장’을 연재하는데, 이 소설은 후에 ‘화려한 지옥’으로 제목을 바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즈음부터 김말봉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재개하면서 1954년 ‘새를 보라’, ‘바람의 향연’, ‘옥합을 열고’, ‘푸른 날개’ 등 4편의 소설을, 1957년 ‘생명’, ‘푸른 장미’, ‘방초탑’ 등 3편의 소설을 여러 신문과 잡지에 동시 연재했다. 1958년부터 1959년까지 ‘화관의 계절’, ‘사슴’, ‘아담의 후예’, ‘장미의 고향’, ‘해바라기’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해방 후의 장편 연재소설들은 사회제도를 개혁하려는 의지와 기독교적 이상주의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김말봉은 1946년 8월 10일 14개 좌우익 여성단체가 함께 결성한 ‘폐업공창구제연맹(廢業公娼救濟聯盟)’의 회장을 맡아 공창 폐지운동의 전면에 나섰다. 매매춘 여성들의 갱생과 사회생활 적응을 위한 교육기관 격인 희망원 설립을 추진했으나 사실상 무산되자, 사재를 털어 ‘박애원(博愛院)’을 운영하였다. ‘카인의 시장’은 공창 폐지의 필요성을 여론화하기 위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5년 미 국무부 초청으로 도미 시찰을 하며 소설가 펄 벅을 만나기도 했다. 1957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에 당선되었고, 기독교 장로교회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장로가 되었다. 1961년 폐암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