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89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번 재판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은 허리 통증과 무릅 부종 등 거동이 힘들다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향후 재판 출석도 거부하겠다는 의사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연기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28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방어권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린 후 심사숙고 기회를 주고 그래도 거부하면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최종 판단하는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새로 선임된 국선 변호인은 법조경력 6년차부터 31년차까지 다양하다. 조현권(62·사법연수원 15기), 남현우(46·34기), 강철구(47·37기), 김혜영(39·37기), 박승길(43·40기) 변호사 등 5명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접견을 거부하면서 변호인과의 만남도 불발됐다.
법원 관계자는 "방대한 기록 분량을 고려하고, 사실관계 파악 및 법리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보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여러 명의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직후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겠다"며 "종전 변호인의 변론 내용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선임된 후 일요일에도 12만 페이지가 넘는 수사기록과 공판기록 등을 검토해왔다. 5명의 변호인이 파트를 나눠서 기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변호인단 전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함께 선고될 예정이었던 정호성(48) 전 대통령비서실 부속비서관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먼저 이뤄졌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 등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라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