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과거와는 달리 ‘부어라 마셔라’ 하는 술자리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술은 송년회 필수 아이템이다. 지인들과 친목을 다지는 골프 후에도 술을 곁들인 뒤풀이 모임이 빠지지 않는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던 사람도 분위기에 휩쓸려 과음을 하기 십상이다. 반복적이고 과도한 음주에는 몸을 크게 해치는 건강 복병이 늘 따라다닌다. 눈 건강도 예외는 아니다.
40대 중반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노안은 잦은 과음으로 악화되기 쉽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눈의 수정체는 탄력을 읽고 가까운 곳의 사물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술을 자주 마시면 수정체를 제어하는 눈 주변 근육이 약해져 초점 맺는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또한 음주 시 생기는 활성산소는 눈의 노화를 촉진하는 주범이다.
밤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기 힘들 만큼 눈이 충혈되고 눈곱이 끼며 건조한 증상을 한번쯤 겪어 봤을 것이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탈수현상을 일으킨다. 따라서 눈물막이 불안정해지면서 눈물이 금세 증발해 안구건조증이 발생하기 쉽다.
지나친 음주는 안구건조증과 노안에 간접적인 발병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최근 직접적으로 눈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가 보고되기도 했다. 가톨릭관동대 강혜민 교수 연구 결과, 일정량 이상 술을 마시면 망막에 영양소를 공급하고 안구를 보호하는 맥락막 두께가 두꺼워져 시력 기능을 떨어뜨리고 각종 망막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각자 나이와 성별에 따라 적당한 음주량(소주 기준 남성 5잔 이내, 여성 2.5잔 이내. WHO 발표)을 인지하고 과음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요즘에는 핸드폰으로 음주량을 체크해 과음을 막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돼 있어 술자리에서 활용하면 좋다.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주량과 권고 음주량보다 많이 술을 마셔야 한다면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수적이다. 술을 한 잔 마실 때마다 동량의 물을 마시면 총음주량을 줄이고 탈수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안주로는 항산화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부추, 브로콜리, 당근이 들어 있는 야채볶음이나 짜지 않은 탕 종류가 적합하다. 연어, 양상추, 견과류 등 비타민 E를 섭취할 수 있는 연어샐러드도 추천할 만하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 건조하고 쾌쾌한 음주 장소도 눈건강을 악화하는 데 한몫한다.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와 담배연기가 눈을 자극해 충혈되고 각결막 염증이 발생하기 쉽다. 30분에 한 번씩 외부로 나와 찬바람을 쐬며 눈의 피로를 풀자. 이때 손을 비벼 열을 발생시킨 뒤 눈을 따뜻하게 감싸거나 관자놀이 부근을 지압하면 눈 주변 혈류를 자극해 더욱 좋다.
온누리스마일안과 김부기 원장(안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