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과 인간의 미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판교자율주행모터쇼’가 막을 내렸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고 통신사와 스타트업, 산학연이 함께한 이번 이벤트는 처음 열린 행사인 만큼 진행 과정 일부가 기대에 못 미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 시대를 만끽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경기도 주최로 16~18일 성남시 판교제로시티에서 ‘2017 판교자율주행모터쇼’가 열렸다. 판교제로시티는 경기도가 국제적인 4차 산업혁명의 중심도시 ‘판교’를 만들기 위해 조성에 나선 연구개발단지다.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까지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BMW사와 R&D센터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1월에는 중국의 자율주행 R&D 기술을 선도하는 에이텍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12월부터 2년간 자율주행 셔틀버스 시범운행=경기도는 판교제로시티 조성이 완료되면 판교 일대가 약 1800여 개의 첨단기업과 11만여 명이 근무하는 세계적 첨단클러스터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자율주행차를 직접 개발하는 것은 물론 실제 도로 환경과 동일한 테스트 공간도 마련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총 길이 5.6㎞(자율주행 노선 4㎞, 수동운전 구간 1.6㎞)의 자율주행 실증단지도 조성하고 있다.
행사 첫날 9인승 자율주행차 ‘제로(ZERO)셔틀’이 처음으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자율주행 승합차는 앞으로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부터 판교제로시티 입구까지 2.5㎞를 시범 운행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시범운행은 다음 달부터다. 지하철 판교역부터 판교제로시티까지 운전자 없이 스스로 반복 운행할 예정이다. 원박스 타입의 이 승합차는 2019년 말까지 매일 오전 10∼12시, 오후 2∼5시 정기적으로 운행한다. 30분 간격으로 하루 10회 운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달린다는 표현이 어색할 만큼 주행속도는 시속 25㎞ 정도에 머문다. 그러나 느릿느릿 이동하는 제로셔틀 안에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가득 담겨 있다고 경기도는 설명했다.
행사 첫날 남경필 경기지사는 개막식을 겸한 ZERO셔틀 공개 제막식에서 “자율주행 셔틀은 미래 교통시스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지속적 실증 운영을 통해 자율주행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하고, 산업 생태계의 초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판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이 실현돼 100만 개의 멋진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쉬움 남긴 자율주행차와 인간의 대결=행사의 관심은 둘째 날로 쏠렸다.
둘째 날 야외 행사장에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직접 타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사전 온라인 신청자들은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자율주행 자동차를 시승할 기회도 가졌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자율주행 기술을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이벤트 ‘자율주행 자동차 vs 인간 미션 대결’이었다.
대결은 600∼700m 코스를 주행하면서 치렀다. 주행 도중 갑자기 떨어지는 낙하물 피하기, 복합장애물 구간 통과하기, 공사표지판ㆍ보행자 인식하기, 속도제한, U턴 등의 과제가 주어졌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인간이 얼마나 정확하게 이 미션을 수행하는지가 평가 기준이었다.
이색 대결을 펼치게 될 자율주행 자동차는 ‘국제대학생 창작자동차 경진대회’ 자율주행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차량과 연구기관 및 기업연구용 차량 등이 나섰다. 앞서 일반인 참가 선수들은 전기차와 관련한 안전운행 교육과 행사 주의사항 등을 별도로 교육받았다.
본격적 첫 대결이 시작되자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힘차게 튀어나갔다. 출발과 동시에 자율주행차의 스타트은 탄성이 나올 만큼 빨랐다. 1인승 전기차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 참가자들은 과감하게 출발하지 못한 탓이다.
인간을 대표한 첫 번째 대결 선수는 운전 경력 2년의 박모(26·여) 씨. 그는 첫 번째 경기에서 1분 만에 모든 코스를 통과했다. 그러나 앞서 달렸던 자율주행차는 지그재그와 굴절코스에서 잇따라 장애물에 부딪친 뒤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이어서 펼쳐진 2번째와 3번째 대결에서도 자율주행차는 S자와 굴절코스에서 각각 장애물과 충돌한 뒤 정지했다. 결국 일반인 참가자 6명 가운데 여성 3명만 미션 대결을 벌이고 남성 3명은 전기차를 운전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날 자율주행차와의 대결에 참가한 박 씨는 “옆에서 달리던 자율주행차가 실제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잘 달렸는데 완주하지 못해 아쉽다”며 “대학생들이 만든 자율주행차라 앞으로는 많은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이모 씨는 “초기에 자율주행차가 먼저 치고 달리는 게 대단했다”며 “운전석이 빈 상태에서 달려가는 자율주행차를 보면서 기술이 참 많이 발달했다고 느꼈다”고 했다.
자율주행차 팀의 한 관계자는 “평지가 아닌 굽은 오르막길이라 일부 센서 오류가 있었고 통과 구간이 좁아 GPS 오차가 생기며 충돌이 잦았던 것 같다”며 “좋은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 직접 참가해 대결을 펼칠 예정이었던 남경필 지사는 이날 “아직은 대학생 친구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정말 완벽한 자율주행차가 개발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김준형 기자 jun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