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동시에 아베 총리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이 보고됐으며, NHK를 비롯한 각종 TV는 이 사실을 전 국민에게 알렸다. 그리고 신칸센과 도쿄 지역의 지하철은 동시에 운행을 멈췄다. 이때가 바로 정각 7시였다. 북한의 미사일은 7시 6분께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했는데, 이보다 6분 빠르게 대피령이 떨어지고 각종 매체는 일본 국민에게 상황을 알린 것이다.
이같이 신속한 대처는 J-얼러트(Alert) 시스템 덕분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J-Alert 시스템을 개발해 각종 재난에 조기 대응해왔다. 그리고 일본은 조기 경보를 위해 시스템을 끊임없이 개선, 8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해왔을 때보다도 2분 빨리 조기 경보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일본이 이런 조치들을 순식간에 취하고 난 이후에야 우리나라 언론은 비로소 속보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했다. 여기서 우리가 일본에 배워야 할 것들은 많다. 앞서 언급한 끊임없는 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도 배워야겠지만, 총리와 국민이 동시에 재난 소식을 알 수 있게 한 점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대통령이나 총리에게 먼저 보고한 후, 그의 명령에 따라 국민에게 경보를 발령하는 나라가 많은데, 일본은 국민과 총리에게 동시에 자동으로 보고되게 만들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피해는 국민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조치지만 다른 나라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스템이 포함하고 있는 의미는 단순히 빠르게 대응한다는 의미 외에도,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인가를 중심으로 탈권위주의적 대응 방식을 담은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런 말을 꺼내는 이유는, 경북 포항 지진에 대한 경보 시스템 때문이다. 경주 지진 때는 뒷북을 치던 정부가 모처럼 민첩성을 발휘했다. 이렇듯 우리의 시스템이 민첩해진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 번째로 지난 경주 지진 때의 학습효과가 빛을 발했다. 즉, 지난번 경주 지진 때의 상황을 교훈 삼아 문제점을 개선한 결과다. 두 번째는 지진에 대해서는 자동으로 경보를 발령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동 시스템에서 국민과 대통령 그리고 장관들 사이에서의 ‘시간적 차별’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탈권위주의인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지진과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하철과 KTX의 운행을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시스템의 개발이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조기 경보 시스템을 지진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미사일 도발과 같은 인위적 위기에도 확대해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일본보다 북한의 위협에 더욱 노출돼 있다는 차원에서 앞서 언급한 일본의 시스템을 참고해야 한다. 어쨌든 이번 포항 지진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부분을 남겼다. 보다 적극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