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저우(廣州)에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을 지으려는 LG디스플레이 계획에 부정적인 기류를 만들어 냈던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의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중국 시장 진출 계획 승인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한·중 간 ‘사드(THAAD) 갈등’이 공식적으로 봉합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내주 전기전자 전문위원회를 개최해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9월 1차 전문위 이후 세 차례의 소위원회를 거쳐 OLED 기술 유출 우려에 대한 검토를 상당 부분 마무리했다.
기존 전기전자 전문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지난주 디스플레이 전문가를 중심으로 전문위를 새롭게 구성한 것도 변수로 꼽힌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주 위원들을 새로 구성했고, 늦어도 내주 전문위를 열고 5차 회의에서 결론을 내릴지, 한 번 더 심층적인 토론이 필요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승인 여부 결정을) 올해는 안 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OLED는 산업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로 해외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해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앞서 9월 18일 백운규 장관이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 간담회’에서 국내 투자를 강조하며 중국 내 투자를 신중히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정부가 중국 내 투자 확대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산업부는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에서 시간이 소요되고 있을 뿐이며, 정부가 지체시키고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적극 해명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기술 유출 여부만 판단했다면, 산업기술보호법상 국민경제적 효과와 국가 안보적 측면을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술을 수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국민경제적 효과와 국가 안보적 측면의 기준이 모호했지만 미국의 ‘무역안보법’을 참고해 관련 내부 규정을 개정, 판단 기준을 새로 정립했다”며 “해외로 진출했을 때 일자리 창출 내지 일자리 손실 효과와 국가재정수입 상실, 관련 산업계 매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장관은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친기업일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진짜 친기업적”이라며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내주 열리는 5차 전문위에서 승인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향후 있을 심의에 대해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전문가심의위원회가 가동된만큼 정부에서 신중히 심의를 하고 있으니 올해안으로 승인이 완료되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