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37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났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이콥 무덴다 짐바브웨 의회의장은 이날 무가베 대통령이 사임서를 제출했으며 효력은 즉시 발휘된다고 밝혔다.
지난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짐바브웨를 지금까지 통치해왔던 무가베 대통령은 “오직 신만이 나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왔다. 그러나 지난 19일 사임을 거부하면서 의회가 탄핵 절차에 돌입하자 결국 권좌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의원들은 무가베 사임 소식에 환호했으며 기쁨에 찬 시민이 수도인 하라레 거리로 뛰쳐나왔다. 하라레가 온통 축제 분위기인 가운데 한 시민은 “짐바브웨에서 일어난 일 중 최고”라며 “나는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무가베는 93세 나이로 세계 최고령 국가정상이자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 권좌를 유지했던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오랜 통치기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등 경제실정으로 국민의 신망을 잃었으며 특히 최근 41세 연하의 부인인 그레이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자 최츤근이었던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이달 초 전격 해임하면서 반발을 샀다. 결국 지난주 군부가 사실상의 쿠데타를 일으켜 무가베를 감금하고 사임을 촉구했다.
집권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은 음난가그와가 권력을 이양받기를 원하고 있다. 음난가그와는 이날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무가베의 사임을 촉구했다.
음난가그와가 무가베의 뒤를 이으면 많은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그는 1980년대 소수부족 은데벨레족 학살과 2008년 대규모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