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초’라는 이름의 무게

입력 2017-11-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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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자본시장부 기자

‘한국투자증권, 첫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탄생’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로 초대형 투자은행(IB) 1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는 내용이 언론에 대서특필(大書特筆)로 보도됐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자기자본 4조 원 기준을 충족한 대형 증권사 5곳 모두를 초대형 IB로 명명했다. 하지만 핵심 업무인 발행어음 업무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에만 인가를 내주며 길을 터줬다.

발행어음 업무가 초대형 IB에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 최대 200%까지 발행할 수 있는 어음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자본 조달이 가능해져 기업금융 업무에 필수인 북(Book) 싸움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IB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발행어음 인가가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말이었지만, 증권업계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초대형 IB로 명명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은 금융감독원의 심사 지연으로 한국투자증권의 행보를 관망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들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통과하지 못해 금융당국의 인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선 ‘기준도 근거도 불명확한, 규제를 위한 규제’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자본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 한국투자증권만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 최초의 초대형 IB 출범이라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강조한 것처럼 제1금융권에서 자본공급이 어려운 중소형사를 위한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만 비로소 초대형 IB 출범은 의미가 있다. 첫 번째 선례를 남기게 되는 한국투자증권이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증권업계의 발행어음 업무와 관련, 치열하게 견제한 은행권 역시 한국투자증권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탄생까지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 구성원들이 들인 숨은 노력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증권업계의 더욱 야성적이고, 진실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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