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여 시간 동안 꽁꽁 닫혀있던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다. 최대 시장을 잃은 후, 그동안 엔터 기업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왔을까.
중국은 지난해 8월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재배치에 반발하며 암묵적으로 한국 관광 금지, 한국 콘텐츠 수입 금지로 맞불을 놨다. 일명 ‘한한령’(限韓令)이다. 이전부터 암암리에 괴담처럼 떠돌았지만 지난해 8월 6일 KBS2 ‘함부로 애틋하게’ 중국 베이징 팬미팅이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가시화됐고, 이후 콘서트는 물론 중국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촬영분까지 통편집 됐다. 합작 프로젝트 역시 전면 중단됐다.
위기의 상황에서 관련 기업들은 발 빠르게 중국 외 시장을 개척해 나가면서 피해를 줄였다.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매니지먼트 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 월드 투어를 확대하고 일본 콘서트에 집중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한령 이전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중국 매출 비중은 13% 내외에 불과했다”며 “한한령 완화시 콘텐츠 수출, 콘서트 재개 등으로 가파른 중국향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작사들 역시 넷플릭스나 소니 픽쳐스, 워너 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협업에 나섰다. 오는 24일 상장 예정인 CJ E&M의 드라마 제작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 드래곤은 “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AMC, ITV와 글로벌 드라마 공동 제작을 각각 협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덱스터 스튜디오의 김용화 대표도 마블 창시자인 스탠 리의 제안을 받아 할리우드 작품 연출을 논의중이다. 제작이 진행된다면 덱스터가 VFX(시각특수효과)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미주 시장은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1위 시장이다. 한국 콘텐츠의 할리우드 입성은 단기적인 성과 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다. 여기에 KBS2 ‘굿닥터’를 원작으로 한 ABC ‘굿닥터’가 미국에서 시청률 1위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호재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콘텐츠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방송 매출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반면 방송 수출은 동 기간 108.8% 증가하면서 콘텐츠 산업 내 수출 1위를 기록했다”며 “그 동안 토종 콘텐츠의 중국 편중 심화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 올해 상반기 국내 대다수 콘텐츠 업체들은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을 경험했지만 중국 외 기타 시장을 적극 개척함으로써 수출 둔화를 타개해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