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는 16일 오전 앞다퉈 포항 피해현장으로 달려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집을 떠나 대피소에 머무르는 주민들을 만나 각각 위로를 전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방미 중인 추미애 대표를 대신해 우원식 원내대표가 포항으로 내려가 현장에서 긴급재난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여야는 원내에서 지진 관련 각종 법제화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을 겪은 뒤 지진에 대비해 내진보강을 강화하고 피해 예방을 꾀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처리했다. 지진 발생 시 국민안전처를 거치지 않고 기상청장이 직접 긴급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한 민주당 김정우 의원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안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해 이번 포항 지진사태에서 효력을 발휘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상당하다.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대피 장소를 사전에 지정하고 사전 대피교육 시행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소유 건축물의 내진보강과 내진설계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예산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안(이하 한국당 장제원 의원 대표발의), 지진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와 작성된 활성단층 지도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지진·화산재해대책법안(한국당 함진규 의원 발의) 등이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내진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다치지 않게끔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하고 교육시설안전인증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냈지만 아직 관련 상임위에 상정되지도 않았다.
법안 심사와 별도로 현재 진행 중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지진대책 예산이 조정될 가능성 역시 크게 점쳐진다. 앞서 행정자치부는 내년에 재해위험·취약지역정비 차원에서 벌이는 지진 대비 인프라 구축 사업에 올해 20억2300만 원에서 700만 원만 늘린 20억3000만 원을 편성했지만, 국회 행안위 심사 과정에서 143억 원이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은 소관 상임위를 넘어 예결특위를 거쳐 확정되는데, 예결특위에서 다시 칼질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지진 대비 안전인프라 기술개발 사업비(41억8500만 원)가 포함된 극한재난 대응기반 기술개발 사업비는 올해보다 17억1000만 원이 늘어난 97억6800만 원으로 편성돼 국회로 넘어왔다. 다만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 구축 예산은 올해보다 20억4300만 원이 깎인 50억1700만 원, 재난예측·저감연구개발(R&D) 예산도 올해보다 16억2600만 원 적은 93억5400만 원만 책정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변동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