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FTA] “제조업 위해 농민 희생했는데”…농업계, 농업분야 제외 촉구

입력 2017-11-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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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 거센 반발 공청회 결국 무산… 제조업 추가개방해도 GDP 증가 미미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범농업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범농업계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두고 우리나라 농민들이 봉기했다. 이들은 정부가 제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농축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개정 반대를 넘어 FTA 폐기까지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FTA 개정으로 제조업을 추가 개방하더라도 국내총생산(GDP) 증가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를 따져 묻는 목소리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상황이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 FTA 개정 반대의 선봉에는 농민들이 자리한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농업 부문에 피해가 집중된 상황에서, 개정 협상으로 농축산물 추가 개방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농업계와 지자체는 개정 협상에서 농업 분야를 제외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전남도는 최근 개정협상 대상에서 쌀을 포함한 농업·농촌 분야를 제외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농업 분야가 협상에 포함될 경우에는 △낙농품 무관세 쿼터제 폐지 △쇠고기, 돼지고기, 낙농품 등에 적용되는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발동 요건 대폭 완화 △농산물 관세 철폐 기한 단축이나 철폐 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연령 제한 대책 마련 등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농협 농업통상위원회는 조합장 성명서를 통해 2012년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가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 중 농축산물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무역자유화 수준이 가장 높은 협정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FTA 이행 5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가 65억 달러, 약 7조 원에 달하고, 앞으로도 협정 이행이 진전될수록 관세감축 누적효과가 더욱 커져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양국 간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열린 데 이어 곧바로 통상절차법 상 첫 단계인 공청회가 개최되는 등 개정협상 절차가 빠르게 이행되고, 농축산물 추가개방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농업부문은 이미 한미 FTA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협상에서 절대로 추가 개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정부는 농업 부문이 이번 개정 협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협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달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무역적자 규모 축소와 함께 한국에 농업을 비롯해 자동차, 서비스시장 등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미 FTA 개정을 두고 자동차와 철강, 농축산업, 법률시장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양국이 서로 각국에 불리한 불공정 독소조항으로 꼽는 사안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일례로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미 FTA 규정 때문에 국내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미국산 수입차에 대한 리콜 판단을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물어보는 상황이 연출됐다. 국토교통부는 한국지엠이 미국에서 수입·판매하는 임팔라 차량의 타이어에서 결함을 발견하고, 미국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한미 FTA 자동차 관련 규정상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쿼터가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안전기준마저 미국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이 위법하게 수용됐다며 미국인이 우리 정부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활용한 소송을 처음 제기하기도 했다. ISD는 FTA 체결국가가 협정상의 의무나 투자계약을 어겨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때 해당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투자자 편향적이며 국가의 공공정책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거론돼 왔다. 자동차 관련 합의사항을 어길 경우 관세를 원상회복하는 스냅백, 긴급 수입제한 조치인 세이프가드, 반덤핑관세 등도 비판의 목소리가 큰 조항들이다.

이 같은 산업계 각 분야의 입장차 속에서 한미 FTA 개정에 따른 개방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제조업을 추가로 개방하더라도 GDP 성장 등 국내 거시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이 작성한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 개정으로 제조업을 추가 개방하더라도 실질 GDP는 최대 0.0007%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보고서는 낮은 수준 개방과 높은 수준 개방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낮은 수준의 추가 개방 시 실질 GDP는 0.0004%, 소비자후생은 1200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높은 수준으로 개방할 경우 실질 GDP는 0.0007%, 소비자후생은 24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외연은 “비관세장벽 철폐·완화 및 여타 분야를 고려할 때 거시경제적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양측 잔여 관세 품목이 제한적이고 잔여 관세율도 낮아 제조업 추가 개방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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